“피해자 진술 변화에 주목”… 항공기서 성추행 혐의받은 男 ‘무죄’

입력 2018-12-04 14:14

항공기 내에서 옆 좌석에 앉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4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방법원 형사단독 한정석 부장판사는 4일 강제추행 및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모(4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강씨는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8시쯤 술을 많이 마신 후 김포국제공항에서 제주로 향하는 여객기에 탑승했다. 얼마 후 옆 좌석에 앉은 피해자 A씨(24)는 “지금 뭐 하시는 거냐. 미쳤냐”고 소리쳤고 이날 강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A씨는 경찰에 강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비행기에 탑승했고 이상한 행동을 하다가 손을 뻗어 자신의 몸을 만졌다고 신고했다.

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A씨의 미묘한 진술 변화에 주목했다. A씨는 수사단계에서 “피고인의 손이 다리에 오래 있었고, 계속 쓰다듬었기 때문에 실수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씨는 같은 법정에서 “피고인의 손이 닿자마자 바로 소리를 쳤다. 왕복할 시간도 없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강씨는 일관되게 법정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손이 우연히 피해자에게 닿은 것일 뿐, 고의로 피해자의 몸을 만지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신체접촉 후 피해자가 소리치자 ‘죄송합니다. 제가 술에 취해서’라고 말한 부분은 실수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부장판사는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의 신체를 만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이 사건의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결정적 물증이 없는 강제추행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는지를 법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따진다”고 말했다.

검찰은 강씨가 무죄를 선고받자 1심 판결을 인정하지 못하고 항소장을 제출했다.

김나연 인턴기자,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