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평론 방귀희 발행인 ‘루게릭 투병 속의 문학’ 평론 눈길

입력 2018-12-04 13:53 수정 2018-12-04 13:57
솟대평론 2018년 하반기호 ‘솟대평론의 솟대’에서 방귀희 발행인은 루게릭 투병 속의 문학에 대해 주목했다.

방귀희 발행인은 이 글에서 이가림(1943~2015)시인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가림 시인은 인하대 불문과 교수였다. 루게릭은 호킹박사가 앓았던 병이다.

방귀희 발행인은 “시인에게 병마가 찾아온 것은 2011년이다. 한쪽 다리에서 마비가 시작되어 서서히 상체로 올라왔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자택에서 투병하다가 마비가 위와 폐까지 진행되면서 요양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사망했다. 유고시집 ‘잊혀질 권리’가 올 7월에 출간됐다”고 소개했다.

첼로는 힘이 세다(이가림 시인 유고 시집 ‘잊혀질 권리’ 중에서)

1992년 5월 27일 오후 네 시
사라예보의 바세 마스키나 시장 뒤쪽에서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던 동네 사람들
머리 위로
느닷없이 여러 개의 박격포탄이 떨어졌다

이튿날
스물두 명의 피가 얼룩진
그 빵가게 앞에서
사라예보 필하모닉 첼로 연주자
베르란 스마일로비치가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 후 22일간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시퍼런 칼보다 더 예리한 활로
슬픈 첼로의 가슴을 베었다


세르비아 저격수들은
그를 향해
총을 쏘지 않았을까

아아!
천 개의 박격포탄보다 강한 첼로여
저격수의 방아쇠를
끝내 당길 수 없게 한
나직한 진혼곡이여.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