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접하는 횟수가 올해보다 배로 늘어난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미 연준은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돼 미국의 기준금리 방향 결정시 중시돼 온 ‘포워드 가이던스’나 ‘점도표’보다는 구체적인 경제 데이터를 더 중시하기로 해 주목된다.
미 연준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 정례 회의를 8차례(올해는 1월, 3월, 5월, 6월, 7월말~8월초, 9월, 11월, 12월) 개최한다. 이 가운데 연준 의장이 대국민을 상대로 한 정책 설명회, 즉 기자회견은 4차례만(올해의 경우 3월, 6월, 9월, 12월) 개최돼 왔다. 신문은 그러나 내년부터는 제롬 파월 의장이 모든 FOMC 직후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모든 FOMC 직후 개최하려는 것은 금리정책에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사실 연준은 그간 기자회견이 열리는 달만 통화정책을 결정해와 시시 때때로 변하는 금융상황이나 실물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 10월 승승장구하던 미국 증시가 미국 기업실적 부진 등으로 갑자기 고꾸라지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렸으나 연준이 이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도 포워드 가이던스와 점도표가 오히려 금리결정에 걸림돌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연준은 이에따라 통화정책 결정시 데이터를 더 중시하는 대신 포워드 가이던스 의존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미리 향후 정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향후 금리정책에 대한 방향을 미리 제시한다는 차원에서 도입했다.
포워드 가이던스의 의존도 축소는 연준 위원들이 회의 때마다 찍던 이른바 ‘점포표’에 대한 의존도 축소로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다. 점도표의 경우 그간 연준 위원들간 의견 차이를 잘 잡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5명의 위원들이 찍는 금리인상 점도표를 보고 그 중앙값을 계산해 향후 금리인상 횟수를 예측하는데 사용돼 왔으나 몇몇 사람만 견해 차이가 크게 벌어져도 예측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한편 국제금융센터는 지난달 7~8일 개최된 FOMC 의사록과 최근 파월 의장의 중립금리 발언을 종합 검토한 결과 앞으로 최종금리 수준은 중립금리보다는 경기, 금융안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할 소지가 있다고 2일 분석했다. 또 과거 금리인상기를 감안하면 최종금리가 중립금리를상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그 폭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9월 FOMC 점포표 상의 중간값을 기준으로 할 때 중립금리 전망치는 2.5~3.5%로 분포했고 내년 정책금리 전망치는 3.625~2.215%에 분포해 있다. 이에따라 내년 정책금리 전망치는 3.125%로 중립금리 중간값 3.0%를 약간 웃돈다. 또 2020년과 2021년 정책금리는 3.375%로 나타났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경제가 2020년까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감안할 때 FOMC 의사록과 파월 의장 발언만으로 금리인상 사이클이 내년에 1~2차례 인상한 후 종료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무역분쟁 격화, 환율전쟁 등으로 미국 및 세계경제의 하방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는 한 연준은 경제·금융지표 결과를 감안해 정책 스탠스를 유연하게 조정해 나갈 전망이라는 것이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
파월 미 연준 의장, 기준금리 결정 유연해진다
입력 2018-12-03 1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