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교통사고 차량 뒷좌석에 탔다가 현장에서 구조되지 못하고 뒤늦게 발견된 부상자 A씨(22·여)의 부친이 사고 전 딸의 행적을 전했다.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다. A씨 부친은 “음주운전 차량에 탄 게 (딸의) 잘못”이라면서도 “현장에서 잘 대처가 됐더라면…”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A씨가 탑승했던 차량은 지난달 23일 오전 5시56분쯤 충북 청주 청원구 오창읍 한 도로에서 갓길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차량은 운전자 B씨(26)의 것으로, B씨는 당시 면허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116%였다. 조수석에는 B씨의 친구 C씨(26)도 타고 있었다.
B씨와 C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119구급대에 “둘만 타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구조되지 못한 채 견인차 업체로 옮겨졌고, 약 8시간 뒤에야 업체 관계자에 의해 발견됐다.
A씨 부친은 딸과 B씨·C씨의 관계에 대해 “C씨(조수석 동승자)가 친한 선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좀 늦은 시간이지만 잠깐 얼굴 보러 집 앞으로 데리러 온다고 해서 나갔던 것”이라며 “딸은 B씨(운전자)와 처음 만난 사이였다”고 설명했다.
A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타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그게 의아스럽다”며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안 오니까 그냥 태워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서 탔다고 하더라. 그게 잘못”이라고 했다. 진행자가 “딸은 처음에 택시를 기다렸다고 얘기를 하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재차 답했다.
B씨와 C씨는 사고 당시 경상을 입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C씨는 차 안에 있었지만 B씨는 밖에 나와 있었다고 한다. A씨 부친은 “경찰도 B씨가 분명히 내려서 뒷문 열어보는 것을 봤다고 하는데 왜 ‘아무도 없다’고 얘기했는지 의문”이라며 “경찰은 사람이 없다는 B씨의 말만 믿었다더라”고 말했다.
또 “딸은 좌석에 널브러져 있었다. 옷도 (검은색이 아닌) 베이지색 외투였다”면서 “(어두워서) 안 보였던 건지, 못 본 건지, 아니면 다른 무슨 이유가 있던 건지 밝혀져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A씨는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경추 골절 때문에 전신 마비 상태라고 한다. A씨 부친은 “의료진이 수술을 빨리하면 3시간 안쪽으로는 골든타임이라고 표현하더라”며 “딸은 (뒤늦게 발견된 탓에) 10시간 후에야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주운전을 해서도 안 되는 일이지만, 하는 사람 차에 탄 자체도 (딸의) 잘못이다. 하지만 현장에 출동한 분들이 한 번이라도 돌아보시고 사고 처리를 해주셨으면 하는 안타까움 뿐이다”라고 했다.
경찰은 B씨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조수석에 탔던 C씨를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날이 어두운 데다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2명만 타고 있었다’고 말해 뒷좌석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