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권양숙 김모(49·여)씨에게 속아 거액을 떼인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김씨 자녀 2명을 광주시 산하기관과 사립학교 등에 취업시켜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전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말 김씨에게 4억5000만원의 사기 피해를 당한 윤 전 시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직권남용 등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은 윤 전 시장이 ‘가짜 권양숙’ 김씨에게 수차례 송금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권 여사 행세를 한 김씨의 부탁을 받고 채용과정에 관여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김씨의 아들은 광주시 산하기관 취업했다가 7개월 만에 그만 뒀으며 딸은 한 사립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취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 8~9월까지 김씨를 실제 권양숙 여사로 믿은 윤 전 시장이 김씨로부터 ‘취업 청탁’을 받고 이에 능동적으로 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에 따라 지난달 30일 산하기관과 학교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컴퓨터와 관련 서류 등을 확보해 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윤 전 시장이 김씨에게 돈을 입금한 시점 전후에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와 김씨의 아들, 딸의 취업 시기 등이 겹친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윤 전 시장이 권양숙 여사를 빙자한 김씨의 자녀 2명을 취업시켜 준 정황이 포착돼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직 없다”며 “혐의가 드러나면 윤 전 시장을 소환해 추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해 윤 전 시장에게 4억5000만원을 뜯어낸 혐의(사기 등)로 김씨를 구속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