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명문대생인데, 인플루언서 보면 인생에 회의를 느껴요”

입력 2018-12-03 13:12 수정 2018-12-03 16:41
기사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대학교 4학년. 취업 고민이 많을 시기입니다. 학점 관리, 취업 스터디, 자격증 공부…. 심지어 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도 취업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 졸업 전 휴학을 결정했다는 학생도 있습니다. 요즘엔 함께 공부할 스터디 멤버까지 면접을 통해 뽑기도 한다지요.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될 모임을 꾸리기 위해서요.

취업 압박이 너무 심해서일까요? 최근 한 대학교의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에 화려한 ‘인플루언서(소셜미디어 유명인)’들을 보고 인생에 대한 회의까지 느낀다는 사연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 A씨는 자신을 “흔한 대학교 4학년생”이라고 소개하며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A씨는 “전 그동안 제가 살아온 인생에 자부심이 있었어요”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고교 시절 내내 열심히 공부해 서울 4년제 명문대에 입학했고, 학점 관리·인턴 경력·대외 활동 등 취업 준비도 성실히 해왔다고 합니다. A씨는 “저의 성공에 확신이 있었고 스스로의 인생에 만족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A씨의 생각을 바꾼 건 유명 1인 방송 진행자(BJ)나 소셜미디어 스타 등이었습니다. 이들을 보통 인플루언서라고 하는데요, 인플루언서는 자신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또는 1인 방송에 제품, 브랜드를 홍보하고 수익을 창출해냅니다. 영상 콘텐츠도 제작합니다. 매번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유행의 흐름을 읽는 것이 이들의 일이지요.

A씨는 “요즘 인플루언서들의 성공을 보니 회의감이 많이 든다. 물론 그들의 과거나 학력만 보고 무시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 걸 수도 있다”며 “당연히 열심히 공부한 제가 그들보다 성공할 것이라는 자만심 때문에 좌절감을 느끼는 걸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 이 스트레스 때문에 너무 힘이 든다”면서 “저는 남은 대학생활도 학점관리, 자기소개서·면접 준비 등에 치여 살 텐데 그렇게 대기업에 들어가도 수입이 인플루언서들의 반의반도 안 될 거라는 생각에 의욕도 떨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물론 이렇게 남들과 비교하며 살면 불행하다는 것 저도 안다. 그리고 그들이 시대의 흐름을 잘 탔고 그들도 저 못지않게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도 안다”며 “그렇다고 제가 느끼는 회의와 스트레스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고도 했고요.

A씨 사연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대부분 비판이었습니다. 인플루언서가 구독자의 흥미를 끌 만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는 거지요. 특히 영상 편집 등에 들어가는 시간, 탁월한 진행 능력 등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인플루언서라는 용어조차 없을 때부터 꾸준히 노력해온 것이라면서요.

A씨는 자신의 인생이 성공적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신보다 더 화려한 삶을 사는 인플루언서들을 보며 좌절했다고요. 남을 깎아내리듯이 적은 것은 분명 잘못됐지만, A씨의 글은 결국 불안한 미래 때문에 터져 나온 하소연 아니었을까요? 익명의 힘을 빌려서라도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 말입니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속끓이는 것은 단지 A씨 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모습일 겁니다. 취업 걱정에 오늘도 한숨을 내쉴 A씨,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비슷한 고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또 다른 ‘A씨들’을 응원합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