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가 이번 시즌 재미있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성적은 10승 0무 4패. 단 한 번도 무승부가 없다. 모든 경기에서 승부를 가렸다. 이는 프리미어리그는 물론이고 유럽 5대 리그까지 범위를 넓혀도 유일한 기록이다. 토트넘이 리그에서 14경기 연속으로 무승부가 없었던 적은 창단 이래 최초다.
과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비슷한 전례를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세군다리가(2부리그)에 위치한 스포르팅 히혼이다. 2008~2009시즌 그들의 리그 최종 성적표는 14승 1무 23패였다. 거의 모든 경기가 이기거나 아니면 지거나다. 33라운드까지 단 한 번도 무승부가 없었다. 이는 프리메라리가뿐 아니라 유럽 5대 리그 최초의 기록이다.
34라운드 애슬레틱 빌바오와의 경기에서 기록한 한 번의 무승부가 아쉬울 정도로 그들은 매력적인 축구를 했다. 시즌 초반 스페인의 양강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에 각각 6골, 7골을 실점하며 5라운드까지 5연패를 하더니 6라운드부터 절치부심해 곧바로 4연승을 거뒀다. 79실점이라는 불안한 수비력에도 결국 잔류에 성공하며 14위로 마무리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의 성적으로 강등당한 말라가 CF가 61실점에 그쳤단 것을 생각해봤을 때 히혼이 약한 수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공격적인 수로 맞불을 놓았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다른 의미로 공수 균형이 잘 맞아떨어졌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25골을 득점하며 15골을 내줬다. 비록 2일(한국시간) 북런던의 라이벌 아스널에 2대 4로 패하며 6연승의 상승세가 꺾였지만, 안정적인 전력으로 뛰어난 공수 균형을 유지 중이다. 아스널을 상대로 난타전 끝에 무승부가 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후반전 들어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3골을 내주고 말았다.
상위권 추격을 위해선 감독의 용병술과 전술적인 선택으로 무승부가 나올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만큼 패할 경기를 무승부로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남자의 팀’ 계보를 이어받은 토트넘의 시즌 첫 무승부가 언제쯤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