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승왕,7년만의 재기…그리고 방출’ 오뚜기 조정훈의 추운 겨울

입력 2018-12-03 09:59 수정 2018-12-03 17:22

지난해 7월 9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가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0-6으로 뒤진 8회초다. 한 투수의 등장에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2583일만의 1군 복귀였다.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그에게 야구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롯데 조정훈(33)이다. 2005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그리고 4년 뒤 2009년 ‘당대 최고의 포크볼’로 14승을 거뒀다.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그러나 처음 100이닝을 넘겨 182.1이닝을 소화한 후유증은 컸다.

2010년 6월 13일 한화 이글스전을 끝으로 그라운드에서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해 두 번의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2015년 시범경기에 등판했지만, 팔꿈치 통증이 재발하며 또 한 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말그대로 오뚜기였다. 7년의 기다림 끝에 2017년 26게임에 등판했다. 4승 2패, 8홀드를 기록했다. 지난해 후반기 ‘진격의 롯데’ 모드 중심에 서 있었다. 연말 각종 재기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올 시즌도 시련이 닥쳐왔다. 부상 여파로 출발이 늦었다. 7경기에 등판해 4.1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16.62를 기록했다. 시즌이 끝났음에도 팔꿈치와 어깨 상태가 회복되지 않았다.

롯데는 지난달 조정훈에게 방출 통보를 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보류선수 제외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올려졌다. 13년간 몸담았던 롯데를 떠나야만 한다. 몸상태가 좋지 않아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도 지금은 쉽지 않아 보인다. 배영수와 장원삼, 심수창 등 베테랑 투수들의 이적 소식은 들려오지만 그에게 손 내미는 구단 소식은 없다.

그러나 조정훈은 수많은 좌절을 딛고 재기했던 장본인이다. 33세로 아직 젊은 나이다. 어디서든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포크볼을 던지는 조정훈을 다시 보고 싶은 게 팬들의 마음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