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교 서열화 없애자면서… 교육부 자녀들은 입시명문고行

입력 2018-12-02 23:53

교육부가 고교 서열화 완화 정책을 앞장서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부처 소속 공무원들은 자녀들을 서울 소재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입시명문고, 전국단위모집 유명 고교에 상당수 진학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교육부가 세종시로 2013년 12월에 이전한 지 5년이 돼가는 데도 교육부 공무원 자녀가 세종시 소재 고교에 진학한 비율은 34% 수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자사고의 우수학생 선점을 막기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고 자사고 측은 이에 반대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국민일보가 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을 통해 전수 확인한 교육부 공무원 자녀의 고등학교 재학 현황을 보면, 고교 재학 자녀 64명 중 6명이 서울 중앙고 현대고 휘문고 보인고 한양대사대부고 등 서울 소재 자사고와 전북 상산고에 각각 재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 소재 일반고에 재학 중인 경우도 대부분 유명한 강남 소재 고교였다. 강남구 단대부고 2명을 포함해 강남구 청담고, 서초구 상문고와 반포고, 송파구 배명고 보성고 방산고 각각 1명 등 총 8명이다.

서울에서 고교를 다니는 교육부 공무원 자녀 중 자사고나 강남 3구 소재가 아닌 고교는 양천구 진명여고 1명, 강동구 한영고 1명, 구로구 신도림고 1명 등 3명이다. 하지만 이 세 고교도 모두 입시 명문고로 널리 알려진 학교들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 공직자들이 자녀를 서울 소재 주요 고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서울에 거주지를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단위로 학생을 뽑는 충남 공주 한일고에도 2명, 공주 사대부고도 1명이 재학 중이었다. 두 학교 모두 자율학교로 충남의 대표적 입시 명문고다. 인천 소재 청라달튼외국인학교와 북경한국국제학교 재학생도 각각 1명이었다.

세종시 소재 고교에 다니는 교육부 공무원 자녀는 전체 64명의 3분의 1 수준인 22명에 그쳤다. 이 중 일반고는 20명, 특수목적고는 세종국제고 1명 세종예술고 1명이었다. 서울과 세종시를 제외한 기타 지역에서도 김포고, 대덕고 등 입시로 유명한 고교들이 적지 않았다. 반면 교육부가 강조하는 혁신학교에 다니는 공무원 자녀는 서울 신현고 재학생 1명에 그쳤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9일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겠다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올해 말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가 후기에 일반고와 신입생을 같이 뽑도록 했다. 자사고 등이 우수학생을 선점해 고교 서열화를 심화시키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전국 자사고와 지망 학생들은 지난 2월 ‘학교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오는 14일 공개변론도 예정돼 있다.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김상곤 전 교육부총리도 지난 8월 17일 “고교 서열화 문제를 야기하는 고교 체제도 개선해 경쟁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교육부 공직자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에 주소지를 유지하면서 입시 명문고에 보내는 것은 고교 서열화 완화를 강조하는 교육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50대 초·중반 국장급 공무원들은 퇴임이 얼마 남지 않아 세종시로 이주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서울 소재 고교에 있다고 반드시 좋은 대학교에 간다는 보장도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