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경솔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1인 방송 진행자(BJ) 윰댕(본명 이채원·33)이 계속 비난받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사과했지만, 여러 피해자가 방송 시청 후 받은 상처를 달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은 자신이 겪은 가정폭력 피해를 댓글로 털어놓으며 윰댕을 비판했다.
앞서 윰댕은 1일 진행한 유튜브 생방송 중 가정폭력 문제를 언급하며 ‘성인이 된 후에도 폭력적인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성인이 된 이상 집을 나와 폭력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였다. 윰댕은 이 과정에서 “‘난 그럴 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계속 불행하게 살아야 한다” 등 다소 민감할 수 있는 표현을 썼다.
윰댕은 이후 1차 사과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는 27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실제 가정폭력 피해자의 댓글도 있었다. 이들은 윰댕의 발언에 또다시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윰댕님은 안 겪어보지 않았느냐”라며 자신의 아픈 기억을 꺼내놓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3년 넘게 언니의 방송을 봤지만 더는 힘들 것 같다”며 “가정폭력을 당했던 사람으로서 신고도 수없이 해봤지만 경찰은 아버지와 대화 몇 마디하고 가더라”고 말했다. 이어 “도망도 가봤지만 다른 가족에게 해코지할까봐 두려웠다. 흉기 들고 날뛰는 사람과 맞서는 것조차 힘든 일”이라고 덧붙였다.
폭력 피해자 상담가라고 밝힌 네티즌은 “‘(윰댕의 방송 이후) 자신은 의지가 없는 사람이 돼 버려서 더는 살기 싫다’는 한 피해자의 전화까지 받았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저는 가정폭력을 당해 신고했지만, 이러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며 자신도 신고 후 학비, 생활비 등을 해결하기 위해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12년간 자신을 성폭행한 의붓아버지를 남자친구와 살해한 이른바 ‘김·김 사건(1992년 1월)’을 예로 든 네티즌도 있었다. 이 네티즌은 “이 악몽의 결말은 두 사람이 계부를 흉기로 찌른 것”이라며 “피해자는 노예처럼 정신적 지배를 받았었다”고 지적했다.
윰댕은 결국 2일 사과 영상을 다시 올렸다. 그는 “2000개 정도 되는 댓글을 모두 읽어봤다.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가 많았고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돼 가슴이 아프다”고 재차 사과했다.
또 “제가 살아오면서 겪은 비슷한 상황도 많았기 때문에 제 이야기가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쉽게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 방송에서 상담 콘텐츠를 전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방송도 내 발언에 책임질 수 있고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겠다는 자신이 있을 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전까지는 생방송이 없을 예정”이라고 했다.
윰댕은 구독자 92만명을 보유한 인기 BJ다. JTBC 예능프로그램 ‘랜선라이프-크리에이터가 사는 법’에도 출연하고 있다. 윰댕의 남편 대도서관(본명 나동현·40)도 유명 BJ 중 한 명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