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한·중 무역경쟁 심화시킨다”

입력 2018-12-02 16:52 수정 2018-12-02 17:49


가뜩이나 중국의 기술경쟁력이 추격 속도가 빨라지는 와중에 미·중 무역전쟁까지 가세하면서 중국 가공무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 수출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 관계가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일 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에 실린 ‘최근 중국의 무역구조 변화 특징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가치사슬 내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하위 단계에서 상위 단계로 발전함에 따라 세계 교역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질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중국 무역구조가 아직은 중간재와 최종재를 모두 생산하고 수출하는 ‘일관생산형’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나 자동차나 무선 통신기기 등 일부 제품군에서 ‘중간재 특화형' 구조로 진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중간재 특화형은 고부가가치 중간재를 만들어내고 수출까지 하는 단계다.

이는 정부의 전략적 육성으로 중간재 생산능력이 확대된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등의 정책에 힘입어 첨단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2007년 한국과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던 중국의 기술혁신역량은 지난해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중국의 첨단기술 산업단지 수는 16곳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2015년부터 3년간 연평균 연구개발(R&D)부문 투자 증가율도 9.0%에 달해 미국(2.5%)보다 높은 상태다. 한국은 3.7%에 그치고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세계최대 수준으로 확대되던 무역 규모가 최근 수년간 주춤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수출입 총액이 2015~16년 이례적으로 감소한 데다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이후 12% 선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중국의 내수중심 성장전략 등 정책 변화가 무역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대두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올해 들어 심화된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무역구조 변화를 촉진, 그동안 중국이 가공무역을 기반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글로벌 가치사슬(GVC)에도 변화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가공무역 축소는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높은 우리나라 수출에 영향이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교역상대국 비중 변화를 보면 대선진국 편중 현상이 완화됐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대선진국 수출 비중은 2000년대 50%대 초중반에서 2010년대 40%대 초중반으로 10%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반면 신흥국 수출 비중이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더욱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한국은 아시아 신흥국 시장을 두고 중국과의 무역경합도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경쟁 관계에 놓인 제품군이 늘어날 것”이라며 “비교 우위에 있는 ICT, 기계, 자동차 등 기술집약형 수출품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소비시장 확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점에 비춰 혁신제품 개발, 전자상거래 등 유통망 확충에 좀 더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