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는 규제 수준이 높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과 이보다 강제력이 약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데 보건복지부가 단배사업법 통과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채택되면 담배회사가 자체적으로 제출하는 성분만 파악할 수 있어 제대로 된 성분 검증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로 인해 담배 성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담배회사로부터 성분 제출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을 담은 ‘담배사업법 개정안’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있다.
복지부는 이 중 복지부 소관의 ‘국민건강증진법’이 아닌 기획재정부 소관의 ‘담배사업법’을 통과시켜 달라는 입장이다. 법사위 관계자는 2일 “복지부 담당자들이 와서 (성분 제출을 규정한) 담배사업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담배회사로부터 성분 제출을 받는다는 점에선 두 법이 비슷하지만, 정책 효과는 완전히 다르다. 국민건강증진법이 적용되면 복지부 장관 책임 아래 담배회사는 국가가 지정한 기관에서 성분 검증을 받아야 한다. 분석 결과를 받은 복지부 장관은 담배 성분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반면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담배회사가 자체 분석한 성분을 기재부 장관에게 제출하고 기재부 장관은 필요에 따라 성분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성분 공개가 ‘의무’가 아닌 ‘재량’의 범위에 들어가는 셈이다.
성분 공개 범위도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6년 11월 기재부 2차관일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담배사업법을 심의할 때 “(담배 전(全)성분이 아닌) 국제표준 분석법에 따라 측정 가능한 타르, 니코틴, 일산화탄소 범위 내에서 (성분 제출을) 하는 정도로 법안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성분 제출을 규정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있음에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추가로 법사위에 넘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 한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두 법안 조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하는 복지부에 “건강 관련 기능을 복지부가 담당하라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복지위 법안심사소위 위원들도 “기재부는 수입(세수) 관리 측면에서 (담배 성분 제출을) 바라보는 것”이라며 “국민 건강을 담당하는 복지부가 뒤로 빠져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의 ‘국민건강증진법’ 검토보고서는 “‘담배사업법’은 담배의 제조, 판매, 수출입에 관한 사항이 주된 규정이고 담배 연기 주요 성분의 측정 등 국민 보건적 규제에 관한 사항은 법의 부수적 사항인 보칙에 대부분 규정돼있다”며 “(성분 제출을) ‘국민건강증진법’에 규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성분 제출의) 주관 부서를 어느 한 부처로 몰고 그 대신 양 부처(기재부와 복지부)가 그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법안을) 수정하길 기대하고 있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가 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처의 기본 입장은 따로 없고 어느 법으로 들어갈진 국회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