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 바스케스(27)가 이젠 레알 마드리드의 중심축이 됐다.
바스케스는 산티아고 솔라리 감독의 든든한 신뢰를 받고 있다. 그간 가레스 베일과 마르코 아센시오에 밀려 존재감이 가려져 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솔라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치른 지난 7경기 중 6경기(선발 5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스케스가 결장했던 단 한 경기는 지난달 24일 SD 에이바르전. 당시 레알은 무기력한 공격 속에 0대 3으로 대패했다. 솔라리호는 바스케스가 출전한 전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는 뜻이다. 이에 솔라리 감독도 아센시오보다는 바스케스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바스케스도 이에 보답하고 있다. 두 경기 연속 득점포를 터뜨렸다. 레알은 2일 오전(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8~2019시즌 프리메라리가 14라운드에서 발렌시아에 2대 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7승 2무 5패(승점 23점)를 기록하며 리그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바스케스는 이날 카림 벤제마의 패스를 페널티지역 한복판에서 받아 깔끔한 왼발 슛으로 마무리하며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주중 열렸던 AS로마와의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팀의 쐐기 골을 터뜨린 바 있다.
바스케스의 주포지션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다. 또한 오른쪽 풀백부터 중앙 미드필더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매우 보기 드문 유형의 선수다. 측면 공격수 치고 발이 빠르지는 않지만 날카로운 드리블 능력과 폭넓은 활동량을 가지고 있다. 직접 득점으로 마무리 짓기보단 연계에 집중하며 다양한 공격 루트를 제공하는 유형이다.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 시절에는 주로 오른쪽 측면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조력자 역할을 했고, 지단 감독 체제에선 부상이 잦은 가레스 베일을 대신해 두 번째 옵션으로 활용돼왔다. 주로 알짜배기 교체카드였다. 다니 카르바할이 부상을 당할 땐 종종 오른쪽 풀백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시즌 역시 그랬다.
감독이 요구하는 다양한 전술과 시스템에서 위치를 가리지 않고 제 역할을 다 해냈다. 팀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는 그를 잡기 위해 여러 굴지의 클럽들이 손을 뻗어 왔지만, 팀에 잔류하며 훌륭한 조커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의 희생정신과 성실함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이유다. 감독이 요구하는 다양한 전술과 라인업에서 모두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멀티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은 그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바스케스가 레알에 몸을 담은 지 어느덧 11년이 됐다. 2007년 U-17세 팀으로 구단에 처음 합류한 그는 레알에선 보기 힘든 구단 유소년 출신의 ‘성골’ 이기도 하다. 레알의 유스팀에서 성장해 프로에 데뷔했다. 2014~2015시즌 1년간 RCD 에스파뇰로 임대갔던 시간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레알을 떠났던 적이 없었다. 충성심이 남다른 이유기도 하다.
바스케스는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 33경기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10경기에 나서 레알의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거들었다. 하지만 이 중 반 이상을 교체로 출전하며 경기 시작 휘슬을 벤치에서 들어야 했다. 그랬던 그가 솔라리호의 황태자가 돼 돌아와 팀의 주인공으로 변모하고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