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8일이다. FA협상 가능 첫날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문규현(35)이 ‘2+1’년 총액 10억원에 FA계약을 맺었다. 같은 달 13일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국내로 복귀한 황재균(31)이 원소속구단이 롯데가 아닌 KT 위즈와 4년 88억원을 받기로 하고 이적했다. 예상됐던 일이었다.
11월 21일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롯데 강민호(33)가 삼성 라이온즈와 4년 80억원 계약을 맺고 이적한 것이다. 바빠진 롯데는 같은 달 26일 내부 FA인 손아섭(30)을 4년 98억원에 붙잡았다. 한발 더 나아가 두산 베어스 민병헌(31)을 4년 80억원에 데려왔다. 국내 유턴파인 김현수(30)는 원소속구단인 두산 베어스 대신 LG 트윈스를 선택했다. 4년 115억원이라는 역대 2위 FA금액이었다.
그리고 올해 1월 채태인(36)이 ‘사인 앤드 트레이드’방식을 통해 넥센 히어로즈에서 롯데로 이적했다. 1+1년 총액 10억 원(연봉 2억, 계약금 2억 옵션 매년 2억)의 계약이었다. 최준석(35)은 2월에야 롯데와 5500만원짜리 FA계약을 맺은 뒤 채태인과 마찬가지로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을 통해 NC 다이노스로 이적했다. FA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6명이 팀을 옮긴 셈이다.
올해는 어떠한가. 과연 지난해처럼 FA 이적 시장이 활발할까. 한마디로 0명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두산 베어스 양의지를 제외하곤 독보적인 기량을 갖춘 선수가 적고, 매력적인 FA 투수가 없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FA자격을 얻은 22명 중 15명이 시장에 나와 있다. NC 모창민(33)이 지난달 28일 소속구단과 내부 FA계약을 맺었다. 3년 최대 20억원이다. 역시 이적이 아닌 잔류였다.
SK 와이번스는 최정(31)과 이재원(30)을 반드시 잡겠다는 각오다. 본인들도 잔류를 희망하며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도 김상수(28)를 잡으려 하고 있고, 본인도 이적을 원치 않는 눈치다. 윤성환(37)의 경우 나이 등을 고려할 때 이적 자체가 쉽지가 않다.
LG 트윈스 박용택(39)은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인만큼 당초 이적은 꿈도 꾸지 않고 있다. 롯데 노경은(34)도 1차 목표는 롯데 잔류다. 롯데 역시 내부 FA가 노경은 밖에 없는 만큼 잡겠다는 방침이다. KT도 주장까지 지낸 박경수(34)를 예우할 것으로 보인다. 금민철(32)도 보상 선수 규정 등에 걸려 이적을 하기엔 다소 애매해 보인다.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 소속 FA 선수들은 조금이나마 이적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한화는 이용규(33)와 송광민(35), 최진행(33)과 차분한 협상을 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세 선수 모두 나이와 기량 등을 볼때 이적은 쉽지 않아 적절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넥센 김민성(30)과 이보근(32)은 매력적인 3루수와 불펜 투수라는 점에서 시장의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진 남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영입 의사가 있는 구단이 있을 경우 옮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관심사는 물론 두산 베어스 양의지(31)다. 두산은 잡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이지만, 100억원 이상의 금액을 지불할 의지가 있는지가 문제다. 그러나 영입에 강력한 의사를 내비치는 구단이 없다는 점은 양의지로선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가장 장기전이 예상되는 선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