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대북제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고 청와대가 1일 밝혔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앞서 지난 10월 유럽 순방과 지난달 중순 아세안 회의 참석에서 세계 각국 정상들에게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역설해온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북한 비핵화를 두고 ‘비핵화가 먼저냐, 그에 상응조치로서 제재 완화가 먼저냐’를 두고 북·미 간 줄다리기가 계속 이어진데다 한·미 양국 간 엇박자 논란까지 제기되자 이를 불식하기 위한 제스처라는 해석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북제재 유지’라는 표현은 아무래도 미국 측 의중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은 대북 제재가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핵심 역량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 이전에 대북제재를 풀고서는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의 메시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압박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근 북·미 고위급 회담이 계속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 연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도 불투명해졌다는 해석이 많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벌써 12월인데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 북·미 고위급 회담도 계속 삐걱거리고 있는 만큼 정상들이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대북제재 완화를 강조하던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과 대북제재 유지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함께 했다는 점, 나아가 경제제재 완화나 경협 등에 대한 구체적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는 점에 어리둥절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양 정상이 의견을 함께 했다고 하는데, 문 대통령이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의문”이라며 “부디 엇박자 행보로 불안과 불신을 초래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