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올해도 어김없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아닌 교섭단체 3당 정책위의장, 예결위 간사까지 참여하는 ‘2+2+2 회의체'를 가동해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공식 국회기구가 아닌 회의체로 470조원이 넘는 나랏돈을 ‘깜깜이 심사’하게 된 것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김성태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국회법 85조에 따라 예결위의 활동 기간이 30일로 종료된 데 따른 결과다.
2+2+2 회의체는 사실상 예결위 예산심사 소(小)소위와 비슷한 형태로, 여야 예결위 간사와 기획재정부 관계자들 참석 하에서 논의가 이뤄진다. 문제는 공식 회의체가 아니다 보니 속기록이 남지 않는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이 회의체에서 예산안 심사를 마무리하는대로 본회의 일정을 잡기로 합의했다.
지난해에도 여야는 예산안 막바지 협의 과정에서 2+2+2 회의체를 가동해 예산안을 최종 심사했다. 여야가 본회의 통과 직전 공개한 수정 예산안에는 복지 예산안이 원안보다 1조5000억원 감액된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은 1조3000억원 증액됐다.
특히 여야 원내 지도부와 예결위 간사들의 지역구 예산이 대폭 증액돼 있었다. 당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지역구에는 아동보호 전문기관 운영비 1억2500만원이 증액됐었고, 예결위원장이었던 백재현 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예결위 간사 윤후덕 의원 지역구에도 각각 5억4000만원과 7억원의 예산이 배정됐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 지역구에는 파출소 신축 예산 30억9500만원이 증액됐었다.
야당도 다를 바 없었다. 당시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 지역구인 충북 청주 상당구에는 중부고속국도 남이-호법 구간 확장 관련 예산 8억원이 추가배정됐으며, 한국당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예결위 간사 김도읍 의원 지역구에도 각각 164억원과 71억원의 예산이 배정됐었다. 당시 예결위 국민의당 간사 황주홍(현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역구(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군)에 무려 1806억원의 예산을 투하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비슷한 장면들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예산안 처리 과정은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정치 문화의 한 단면”이라며 “애초 470조원 규모를 한 달 안에 심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했다. 그런 구조를 놔둔 여야 모두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경우 정부가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지 70일 이내에 의회가 심사, 의결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법률명령으로 예산안을 집행할 수 있게 돼 있다.
2+2+2에서 예산안 심사를 마쳐도 여야가 이를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 일정에 합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각 당 지도부가 본회의 일정을 두고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법정 처리시한 2일이 일요일인 만큼 월요일인 3일까지 심사를 마치고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7일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를 제안해둔 상태다. 바른미래당은 여기에 여야정국정협의체가 합의한 선거법 등 법안 처리까지 연계해서 함께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