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길 의수 서각가 조규현씨, 인천 만수동 지하 작업실에서 피눈물

입력 2018-11-30 18:07 수정 2018-11-30 18:14
의수 서각가 조규현씨가 30일 인천 만수동의 낡은 작업실에서 자신이 창작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의수 서각가 조규현씨가 30일 자신이 15일동안 제작한 작품 '연리지'에 새긴 작품 표식을 가리키고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의수 서각가 조규현씨가 30일 자신의 새긴 초대형 서각 작품을 들어 올리고 있다. 이 작품은 한때 덕수궁 돌담길에 전시돼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인천=정창교 기자

“민주노총과 어버이연합이 덕수궁 돌담길 앞을 차지하면서 97년부터 이어온 거리의 예술가 직업을 계속할 수 없게 돼 고통스럽스럽습니다.”

30일 인천 만수동의 서각 작업실에서 만난 조규현(58)씨는 “지난 6월 30일 25년동안 활동해온 ‘길거리 예술가’의 터전을 뺏기고 물러난뒤 살길을 찾기위해 의수사용자로서는 최초로 1종 대형 면허와 트레일러 면허까지 취득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고암 김형천씨로부터 85년쯤 서각 기초를 배운 뒤 95년부터 덕수궁 돌담길에서 붓자루와 책·공책을 팔다가 IMF가 닥치자 97년부터 지난 4월까지 서울시에 등록된 ‘로드예술가’로 살아왔다.

그러나 농성천막이 덕수궁 돌담길 앞을 차지하면서 피눈물을 흘리며 현장을 떠나게 됐다.

그가 서각 작품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한쪽 팔에 타력붕대를 감고 망치를 동여매 피가 안통하는 상태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10년간 단련한 결과다.

그의 작업실은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빌라의 지하 8평에 자리잡고 있었다.

조씨는 “수도물이 얼어 터져 물기가 흘러 넘치면서 지하 작업실이 엉망이 돼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며 “낡은 버스를 사서 리모델링을 한뒤 전국 곳곳을 다니며 전시회를 여는 꿈을 실현하기위해 운전면허를 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씨는 한때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봐 생각했지만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보고 변화돼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조씨는 자신의 삶을 지탱해준 노모(88)가 노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아들 역할을 해야하지만 생활고로 인해 제대로 뒷받침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조씨는 “제작기법을 동영상으로 공개해 보다 많은 시민들이 서각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기회가 된다면 작업실도 리모델링해 주민들이 찾아올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개방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