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보이스+레터링 피싱’ 사기 피해자인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30일 검찰 출석에 불응했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허정)는 최근 사기사건으로 불거진 윤 전 광주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과 관련, 피해자 신분으로 출석해줄 것을 통보했다.
하지만 윤 전 시장은 별다른 입장표명 없이 현재까지 검찰에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권양숙 여사를 빙자한 사기사건 이후 시장 공천을 전제로 한 ‘정치자금 제공설’ 등 각종 의혹이 난무하자 이를 규명하는 차원에서 윤 전 시장을 검찰로 불러 조사할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윤 전 시장은 출석 여부에 대해 아무런 답변이나 연락을 하지 않고 출석일로 통보한 30일 오후 4시40분 현재까지 검찰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검찰은 안과의사인 윤 전 시장이 의료봉사를 떠난 네팔 광주진료소에서 귀국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윤 전 시장은 광주의 가족, 측근들과 수시로 전화를 주고받으며 귀국과 함께 검찰조사에 대응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윤 전 시장에게 재차 출석조사를 통보하기로 했다.
검찰은 윤 전 시장이 민주당 당내 광주시장 경선을 앞두고 측근들에게 ‘신의 한 수가 있다’고 언급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윤장현 전 시장이 피의자 신분이 아니라 출석을 강요할 수는 없다”며 “의혹규명을 위해 금명간 출석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지방 유력 인사 20여명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자신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라고 속인 김모(49·여)씨에게 4억5000만원을 송금했다가 떼인 사실이 드러났다.
문자를 주고받고 직접 전화 통화까지 했지만 권양숙 여사 말투를 흉내낸 김씨에게 깜빡 속았다. 민주당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던 김씨는 선거운동 도우미로 활동하면서 알게된 정치권 유력 인사들의 휴대전화 번호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윤 전 시장이 권양숙을 사칭하는 김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거액을 보낸 동기와 배경 등에 대한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금액 4억5000만원 중 은행 2곳의 대출금 3억5000만원을 제외한 1억원의 출처도 문제다.
검찰은 윤 전 시장이 4월 경선에서 컷오프 당한 이후 김씨와 주고 받은 휴대폰 문자메시지에 경선 관련 내용이 담겨 있는지도 들여다 볼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윤 전 시장 사기피해가 당시 민주당 광주시장 당내 경선과 관련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선거법 위반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6·13지방선거에 따른 선거법 공소시효 6개월이 만료되는 다음 달 13일 이전에 윤 전 시장에 대한 조사를 마칠 계획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