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입국 희망 안보인다” 캐러밴 귀국 늘어…일부는 단식투쟁

입력 2018-11-30 16:03 수정 2018-11-30 17:00
멕시코 국경지대 티후아나시에서 29일(현지시간) 난민들이 폭우를 피해 스포츠 컴플렉스 안에 설치한 대형 텐트 안에 모여 있다. 현재 티후아나시에는 6000여명의 난민이 몰려 있다. AP뉴시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멕시코 국경 지역에 머물고 있는 중남미 출신 난민들(캐러밴)이 열악한 환경과 어려운 미국행에 좌절해 일부는 고국으로 돌아가고, 일부는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멕시코 티후아나시의 보호소에 있는 난민 350여명이 최근 귀국하겠다며 시당국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온두라스·과테말라·엘살바도르에서 온
이들 난민이 귀국을 선택한 것은 열악한 환경과 불투명한 미래에 좌절했기 때문이다. 긴 행군을 한 탓에 각종 질병을 얻은 데다 예상보다 미국 국경을 넘기 힘들다는 것에 불안함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난민에게 피로감을 느낀 티후아나 시민들도 점점 이들에게 공격적이 된 것도 난민의 귀국을 부추기고 잇다. 멕시코 이민 당국은 “지난 10월 19일 이후 캐러밴 2000명이 자발적으로 귀국했으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티후아나시의 스포츠 단지에 마련된 보호소는 약 2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지만 현재 난민 6000여명이 머무르고 있다. 인근 국경도시에 머무는 난민까지 합치면 9000여명에 달하는데, 상당수가 텐트도 없이 바닥에 종이와 비닐을 깔고 생활하고 있다. 과밀은 물론 열악한데다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호흡기 질환과 수두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멕시코 국경지대 티후아나시의에서 난민들어 머무는 스포츠 컴플렉스 옆에 설치된 간이 화장실과 샤워실이 만들어져 있다. 폭우 때문에 더러운 물이 넘치고 있지만 이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AP뉴시스

또한 후발 캐러밴 2000여명이 미국 국경을 향해 북상 중이라서 티후아나 등 국경도시 보호소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티후아나 시당국은 “캐러밴을 지원하는데 하루 3만~4만 달러가 들어가고 있다”면서 “시 재정이 조만간 바닥날 상황이라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난민들은 미국 망명을 위해 한동안 기다릴 각오를 하고 있지만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망명 신청조차 어렵다. 티후아나에 도착해 미국 망명심사를 대기 중인 난민들이 많지만 미국 이민당국은 이들의 신규 접수를 더디게 처리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수 개월 동안 어떤 기약도 없이 대기해야 한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난민이 미국의 망명심사가 끝날 때까지 멕시코에 머물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멕시코 국경지대 티후아나시에서 28일(현지시간) 자원봉사자들이 난민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AP뉴시스

결국 기다리다 지친 난민 500여명이 지난 25일 미국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했다. 하지만 국경을 지키는 미국 국경 수비대가 최루가스를 살포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의 국경을 영구적으로 폐쇄하겠다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불법 입국을 시도한 난민들에 대해 멕시코 정부는 추방 절차에 착수했다.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일부 여성 난민들이 미국의 망명 절차에 항의하고 망명 신청 허가를 압박하기 위해 단식에 돌입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시위에는 10여명이 처음 참여했지만 점점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단식투쟁을 이끈 여성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 많은 캐러밴이 미국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정부가 인도주의적 비자 처리를 더 빨리해 달라”면서 “이민자에 대한 추방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