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가 끝나면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작품과 배우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마련이다. 최근엔 하나가 더 있다. 드라마의 ‘촬영지’다.
극의 분위기와 작품성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 새로운 ‘이색 장소’들을 찾은 드라마들이 하나둘씩 선을 보이고 있다. 해외는 물론 국내의 작은 섬까지 다채롭다.
‘톱스타 유백이’, 천혜의 섬 ‘여즉도’를 찾아가다
지난 16일 첫 방송을 한 tvN ‘톱스타 유백이’(연출 유학찬, 극본 이소정‧이시은)가 대표적이다. ‘톱스타 유백이’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마인드로 살아가다 사고를 치고 외딴 섬으로 끌려간 톱스타 유백(김지석)과 슬로 라이프의 섬 ‘여즉도' 처녀 오강순(전소민) 사이의 로맨스를 그린다. 2회까지 방영된 지금 시청률은 2% 후반대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힐링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시와 전혀 딴판인 환경에 좌충우돌하는 유백의 모습과 조금씩 발전해가는 유백과 강순의 로맨스는 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에 더해 촬영지는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이끈 중요한 요소였다. ‘톱스타 유백이’의 촬영지는 한 회가 끝날 때마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극의 배경이 되는 섬 ‘여즉도’는 아름다운 장관을 자랑했다. 전남 완도군의 대모도라는 섬에서 촬영을 진행한 ‘톱스타 유백이’는 섬의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새끼염소를 비롯한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냈다. 이를 통해 제작진은 안방극장에 따뜻함을 전달하는 동시에 눈이 호강하는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스페인 그라나다와 AR 게임이 합쳐지면
배우 현빈과 박신혜의 출연으로 큰 화제를 모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연출 안길호, 극본 송재정)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스페인 그라나다 로케이션 촬영이 진행됐다.
1일 첫 방송되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업계 최대의 IT 투자회사를 키워낸 유진우(현빈)가 출장차 스페인 그라나다에 가 정희주(박신혜)가 운영하는 싸구려 호스텔에 묵게 되면서 겪는 기묘한 일들을 담은 서스펜스 로맨스물이다.
특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AR(증강현실) 게임 소재를 극에 접목했다. 극 중 유진우가 스마트 렌즈를 착용하고 게임에 접속하면 2018년의 스페인 그라나다로 게임 캐릭터가 출몰하는 식이다. 특별한 상상력이 가미된 이런 장면들은 액션과 극의 서스펜스를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이런 소재를 살리기 위해 장소 선택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안길호 PD는 “스페인 그라나다는 이슬람과 스페인의 전통문화가 결합해 독특한 느낌이 많이 나는 곳이다. 작품이 가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이라는 상징성을 잘 나타낼 수 있고, 게임 소재에 잘 어울릴 것 같아 로케이션 장소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쿠바에서 만난 ‘남자친구’
국내 최초 쿠바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한 ‘남자친구’는 방송을 시작한 지 단 2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저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정치인의 딸로 태어나 한 번도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 차수현(송혜교)과 평범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김진혁(박보검) 사이의 로맨스를 다뤘다.
쿠바는 첫화의 배경이 됐는데, 극의 초반 몰입도를 올리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쿠바가 가진 고풍스러운 공간들과 화려한 색감, 아날로그적인 감성들은 차수현(송혜교)과 김진혁(박보검)의 첫만남에 특별함과 낭만적 분위기를 부여했다.
한편 앞서 10.5%의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린 MBC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연출 박상훈·박상우, 극본 오지영)도 여태 시도된 적 없는 폴란드 현지 촬영을 통해 생생한 첩보 액션을 선보인 바 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