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가 도박 혐의로 재판이 끝나지 않은 전창진(55) 전 감독을 수석코치로 선임해 논란이 예상된다.
KCC 구단은 30일 자료를 통해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 대행 체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려고 12월 1일자로 전창진 수석코치를 선임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그먼 감독 대행이 팀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KBL 경험이 풍부한 코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덧붙였다. 구단은 전 전 감독이 수석코치로 가세하면서 오그먼 감독 대행, 버논 헤밀턴 코치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전 감독 역시 “오그먼 감독 대행을 잘 보좌하겠다”는 소감을 구단을 통해 전했다.
하지만 전 전 감독은 승부 조작 및 불법 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이던 2015년 9월 KBL로부터 ‘무기한 KBL 등록 자격 불허’ 조치를 받아 지금도 징계가 유지되고 있다. 당시 KBL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농구계 전체의 명예실추와 막대한 불이익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또 “사회적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주변 관리 및 행위(불법 스포츠도박 연루자와 친분 및 불법 차명 핸드폰 사용) 등으로 향후 KBL 구성원으로 자격이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도 등록 자격 불허 조치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최종적으론 KBL 재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전 전 감독의 복귀 여부가 결정된다. KCC는 이날 오전 KBL에 수석코치 등록 서류를 보냈고, KBL은 다음 달 3일 오전 9시 재정위원회를 열어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구단 측은 전 전 감독이 승부 조작 및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아 등록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전 전 감독은 2016년 3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로부터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다만 검찰은 승부조작 및 불법 스포츠 도박과 별도의 단순 도박 혐의에 대해선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지난 9월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KBL의 무기한 등록 자격 불허 징계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구단이 먼저 선임부터 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된다. 전 전 감독에 대한 구단의 선임이 먼저 이뤄지고 난 후 징계를 내린 KBL 재정위원회가 이를 사후에 최종 판단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KCC 관계자는 “KBL에 등록 여부를 문의하기 위해선 사전에 선임하고 계약 조건을 명시해야 한다는 KBL의 절차를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도박혐의로 상고심이 진행 중인 전 전 감독을 수석코치로 임명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구단은 도박 관련 유죄는 비판 받을 부분이 맞지만 수석코치직 수행과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KBL은 재정위원회의 결정을 앞두고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KBL 관계자는 “전 전 감독은 2015년 승부조작 혐의 외에도 부적절한 주변 관리 행위 등 종합적인 판단에 의해 징계를 받았다”며 “재정위원회에서 전 전 감독을 복귀 여부가 최종 결정되기 때문에 현재로선 복귀 여부를 말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