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금리 인상 '1500조 가계 빚, 꺾인 경기'에 폭탄?…추가 인상 속도가 변수

입력 2018-11-30 11:45 수정 2018-11-30 11:53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 부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금융 불균형을 더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저금리가 지속되면 과도한 가계 부채가 누적될 수 있고,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도 확대 될 수 있다. 하지만 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와 침체로 빠져드는 경기가 문제다. 한은의 향후 추가 인상 속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은은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11월 30일 77개월 만에 올린 지 꼭 1년 만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 배경엔 금융 불균형이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 되면서 가계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514조4000억원이다. 1년새 무려 95조1000억원(6.7%) 증가했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는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 보다 빨랐다. 올해 상반기 명목 국민 총소득 증가율은 3.3% 수준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그동안 “거시 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면 금융 불균형을 완화하고 정책 여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통화정책 완화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 왔다.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도 우리 경제에 부담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미국의 통화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측면도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올해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내년 3차례 더 추가 인상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 28일(현지시각) 미국의 현 기준 금리가 중립 금리 “바로 밑(just below)” 수준에 와 있다고 밝히면서 속도 조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미 금리는 이미 올해 3월 역전됐다.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차는 0.5% 포인트로 좁혀졌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커지면 국내 자본 유출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여건이 만들어 졌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달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0.2% 포인트 낮췄다. 그럼에도 한국 경제가 소비 증가와 수출 호조에 힘입어 잠재성장률(2.8~2.9%) 수준의 성장세는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물가 상승률도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0%)에 근접한 상태다. 우리 경제가 이 정도의 금리 인상은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한은의 금리 인상은 1500조원이 넘는 가계 빚과 하강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경기엔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금리 인상으로 가계 부채 증가세는 진정시킬 수 있을지 모르나, 이미 대출을 받은 이들의 이자 부담은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분(0.25% 포인트)이 금융기관 변동금리 대출 상품의 이자율에 고스란히 반영될 경우 가계 총이자 증가액은 연간 2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한은의 이번 금리 인상분은 대출금리에 이미 선반영 됐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과 부동산 시장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금리를 올려 식어가는 경기에 더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두 차례나 하향 수정한 상태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국내외 기관들은 한국이 올해와 내년 2%대 성장 밖에 하지 못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올해 들어 취업자수 증가폭도 천명대까지 추락하며 재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전 통계청이 밝힌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개월째 하락했다. 통계청은 통상적으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하락할 경우 경기 하강 진입 여부를 연구한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금융 불균형 완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경기에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

결국 변수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가 될 전망이다. 한은이 향후 기준금리를 몇 차례 더 올리느냐에 따라 경제에 주는 타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금과 같이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유지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거나 부동산 가격이 재상승할 경우 내년 상반기 추가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고용 시장 회복이 더디거나 근원 물가가 계속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도 있다.

한은은 금통위 회의 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