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투자·소비’ 트리플 증가에도 質 나빠…경기 상황 7개월째 하강

입력 2018-11-30 10:07 수정 2018-11-30 10:31

경제의 3대 축인 ‘생산·투자·소비’가 9개월 만에 트리플 증가했다. 최근 경기 하락 국면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보면 증가의 질(質)이 좋지 않다.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하락하며 외환위기 수준까지 추락한 설비투자는 법인들의 승용차 수입 등으로 전월 대비 1.9% 반짝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 증가도 은행 및 저축 기관의 대출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줬다. 한 달 만에 반등에 성공한 소비도 하이브리드 구매 보조금 지급 등 할인 행사가 도움이 됐다. 이로 인해 현재의 경기 상황을 알려 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개월 연속 하락했다. 2004년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4% 증가했다. 지난 9월 석달 만에 감소했던 전산업생산이 한 달 만에 반등한 것이다. 전산업생산 증가를 견인한 건 광공업과 서비스업이다.

광공업 생산은 10월 증가세로 전환했다. 9월 감소했던 광공업 생산은 지난달 전월 대비 1.0% 증가했다. 최근 선박 수주량이 소폭 증가하며 기타운송장비 생산이 전월 대비 8.0% 늘어난 점이 영향을 줬다. 조선 및 자동차 부품 등의 수요가 늘면서 금속가공 생산(6.4%)도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0.3% 늘었다. 금융과 보험 업종의 생산(1.6%)과 법무 및 회계·세무 관련 전문 서비스업 생산(2.7%)이 각각 증가했다.

6개월 연속 하락하던 설비투자도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최근 설비투자는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가 조정에 들어가면서 3~8월까지 6개월 연속 전월 대비 하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하지만 설비투자는 지난 9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장을 준공하며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후 10월에도 전월 대비 1.9% 늘면서 증가세를 이어갔다.

소비도 증가했다. 10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2% 늘었다. 소비자들이 승용차 등 내구재(1.7%)와 의복 등 준내구재(0.4%)에 지갑을 열었다.

‘생산·투자·소비’가 함께 증가한 건 올해 1월 이후 처음이다. 다만 상승 추세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생산을 견인한 서비스업 증가는 금융 기관의 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설비투자 증가 또한 반도체 조정 국면이 끝난 것이 아니라 기업·정부가 승용차를 많이 수입한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소비도 추워진 날씨와 할인 행사 영향으로 증가했다.

이런 까닭에 최근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월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2월 부터 7개월째 하락이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개월 연속 하락한 건 2004년(4~10월)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은 통상적으로 6개월 이상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하면 경기 하강 국면 진입에 대한 연구에 들어간다. 통계청은 이르면 내년 초 경기 하강 여부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향후 3~6개월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월 전월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6월 부터 5개월 연속 고꾸라지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 과장은 “10월 경제 지표가 전달 보다 개선됐지만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동행지수·선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3개월 동안의 평균을 본다”며 “개선 흐름이 2개월 연속 증가할지 낙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