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남중생이 여대 대자보에 ‘가슴 크기 A’라고 적었어요”

입력 2018-11-30 04:00 수정 2018-11-30 04:00
트위터

트위터가 또 한 번 들끓고 있습니다. 한 중학교 남학생들이 숙명여대 캠퍼스에 붙은 대자보를 훼손했기 때문인데요. 대자보는 ‘탈브라(브래지어를 입지 않는 것)’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일부 여성 트위터 이용자는 남학생들에 대한 중학교 측의 징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트위터에서 공유되고 있는 해시태그는 ‘#숙명여대_탈코_대자보_훼손’ ‘○○중학교_남중생들_공론화’입니다. 해시태그는 단어나 여백이 없는 구절 앞에 해시기호(#)를 붙이는 표기법으로, 이 태그를 소셜미디어에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모두 나옵니다. 트위터에 앞의 2가지 해시태그를 입력하면 대자보 사태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검색되는 거죠.

게시물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중학교 학생들이 숙대 캠퍼스 투어를 했습니다. 당시 캠퍼스에는 탈브라에 대한 ‘참여형 대자보’가 붙어있었습니다. 대자보 주제는 ‘숙명인들의 탈브라 꿀팁(유용한 정보라는 뜻의 신조어)을 적어주세요.’ 숙대 학생들이 브래지어 없이 하는 일상생활에 대해 공유할만한 정보를 대자보에 적는 식이었습니다.

남학생들은 이 대자보에 낙서를 했다고 합니다. 이를 목격한 숙대 학생은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 “(남학생들이) 대자보 앞에서 낄낄거리면서 계속 비웃고 낙서까지 했다”고 적었는데요. 낙서 내용은 ‘지X’ ‘네 가슴 크기 A’ ‘너도 못생김’ 등이었다고 합니다.

이 여대생은 “인솔 교사는 말리고 있었지만 남학생들이 듣지 않았다”며 “여대 캠퍼스 투어가 필요하지도 않은 남학생들이 왜 굳이 와야 하냐. 매번 이런 짓을 할 때마다 우리만 스트레스 받는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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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사연이 화제가 되자 숙대 대자보도 여러 네티즌의 비난에 직면했습니다. 숙대 학생들이 대자보에 적은 ‘탈브라 꿀팁’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유익한 정보도 많았겠지만, 일부 여대생은 ‘한국남자를 죽인다’ ‘관음하는 그 성별의 눈을 찌른다’ ‘한국남자 못생겼다’라고 썼습니다.

대자보 사태에 분노한 트위터 이용자들은 해당 중학교의 교무실 번호를 공유하고 있는데요. 전화를 걸어 항의하겠다는 겁니다. 또, 학교 측에서 낙서한 학생들을 색출하고 징계한 뒤 숙대에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다른 네티즌들은 애초 대자보 내용이 부적절했다며 이들의 행태가 지나치다고 주장합니다. 반면에 대자보를 훼손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네티즌도 많습니다.

또다시 트위터를 들썩이게 한 ‘남성 혐오’ ‘여성 혐오’ 그리고 ‘페미니즘’. 여러분은 이 사태를 어떻게 보시나요? 답은 없겠지만, 서로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것이 현명한 해결책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