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라는 ‘게임-문화 현상’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20년이 흘렀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태동을 이끈 리니지는 지금껏 수많은 온라인 게임들의 영감이 됐다. 개발사인 엔씨소프트는 20주년을 맞아 리마스터 버전을 새로이 론칭한다고 밝혔다. 리니지가 MMORPG 역사에 그은 한 획의 명과 암을 짚었다.
■ 장수의 비결, 엔씨소프트는 잘 알고 있다
리니지는 1998년 9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8년 11월을 기준으로 20년 2개월이 지났으나 여전히 이 게임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온라인게임이 20년 동안 맥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 사례는 매우 드물다. 리니지가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간편한 조작감과 확고한 고정층, 수집·정복의 욕구를 자극하는 몰입성을 들 수 있다.
리니지는 엔씨소프트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진 대표 타이틀이다. 이후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등을 출시했지만 리니지만큼의 효자가 되진 못했다.
리니지 PC버전은 지난해 모바일 버전인 ‘리니지M’이 출시되며 다소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고정 이용자층은 여전히 확고하다. 게임트릭스가 집계한 지난주(11월 넷째 주) 점유율에 따르면 리니지는 PC방에서 한 주간 4만 4060시간이 가동됐다. 전체 게임 중 12위에 해당된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M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PC 버전 리니지로 돌아온 이용자 수가 꽤 된다. ‘리니지’라는 타이틀에 대한 충성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고 귀띔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리니지의 장수 비결을 잘 알고 있다.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진행된 20주년 기념 미디어 간담회 ‘온리 원(only one)’은 ‘추억’과 ‘자부심’으로 채워졌다. 엔씨소프트는 20년 전 리니지를 접했던 이용자들의 모습을 마치 구깃구깃한 종이 쪼가리를 펼쳐내듯 영상으로 재현했고, ‘MMORPG 시초’라는 자부심으로 리마스터 계획을 발표했다.
리마스터는 고정층의 향수를 자극하고, 불편한 점들을 개선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하드웨어 환경에 맞게 해상도가 조정되고, 자동사냥(play support system)이 도입된다. 아울러 모바일을 통해 캐릭터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새로운 클래스인 ‘검사’를 추가하며 콘텐츠적인 보강도 했다. 다만 리니지가 고정 이용자층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새로 유입되는 이용자를 위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 리니지, MMORPG의 시초이자 과제
‘리니지’는 MMORPG의 첫 페이지를 썼지만, 동시에 숱한 과제를 낳았다. ‘리니지’라는 게임 속 사회에서 적잖은 사건들이 발생했고, 비즈니스 모델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사행성을 조장하는 게임’으로 리니지가 지목되기도 했다.
게임 이용자에게 ‘리니지’는 만감이 교차하는 이야깃거리다. 이날 단상에 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리니지 서비스 초창기에 ‘김택진’이라는 제 이름이 욕으로 쓰이는 걸 알게 됐다”는 해학적인 표현으로 이용자의 애증을 드러냈다.
이날 엔씨소프트는 과제 내지는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질의응답에서 이성구 리니지 유닛장은 “MMORPG는 엔씨소프트의 강점이지만, 동시에 아직까지 풀지 못한 과제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장르이고, 우리는 지금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MMORPG에서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나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비판도 수용했다.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저희는 ‘랜덤 박스’라는 표현을 쓴다. ‘랜덤 박스’는 기본적으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내재돼있다. 보너스 개념도 상당수 들어가 있다. 이런 것들이 많이 희석되고 과장된 표현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리니지를 20년 동안 끌고 온 핵심은 공정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리니지의 기조를 흔드는 비즈니스 모델은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고 이 유닛장은 말했다.
자동사냥이 추가되며 이른바 ‘작업장’이 성행할 수 있지 않냐는 일부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줄어들 거라 본다. 모두에게 동일한 사냥 조건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운영정책에 따라 불법적인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제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