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배달원들에게 화물용 승강기만 이용하라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배달원들은 "내가 화물이냐"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아파트 측은 "보안상 이유"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28일 SBS 보도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지난 6일 ‘보안’을 이유로 주민 투표를 거쳐 배달원들의 집 앞 배달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음식 등 배달된 내용물은 입주민이 직접 지하에 내려가 받도록 했다.
입주민이 지하에서 배달된 것을 받는 것을 원치 않을 경우에만 배달원이 승강기에 오를 수 있다. 승강기를 이용하려면 신분 확인 과정도 거치도록 했다. 아파트 측이 입주민의 배달 사실을 확인하면 배달원들은 오토바이 열쇠 등을 맡기고 올라가면 된다. 논란은 아파트 측이 배달원에게 화물용 승강기를 이용하도록 지시하면서 커졌다.
이날 보도를 보면 해당 아파트 경비원은 위층으로 올라가려던 음식 배달원을 멈춰 세운 뒤 배달을 주문한 주민에게 연락했다. 경비원이 주민에게 “내려오실 수 있으실까요? 원칙이라”라고 말하자 입주민은 그냥 올려보내라고 말한다.
배달원은 신분 확인을 한 뒤 승강기에 탈 수 있었지만 또 다른 요구를 들어야 했다. 영상에서 경비원은 “헬멧이 하이힐처럼 둔기가 될 수 있다”며 배달원의 헬멧을 벗겼고 주민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화물용 승강기를 이용하도록 했다.
배달을 마치고 내려온 배달원은 이 같은 아파트 대책에 “화물칸(승강기)만 타라고 하는데 (같이 탄다고 입주민이)죽는 것도 아니고 나는 화물도 아니다”라며 SBS 취재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해당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안 강화를 위한 대책이었을 뿐 배달원에게 악한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신분 확인 없이 올려 보내니 주기적으로 전단지가 많이 붙고 입주민을 따라 들어와 홍보를 한다는 민원도 생겨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입주자 대표 측도 “원칙상 아파트에 배달이 금지돼 있는데 소수의 젊은 세대가 배달음식을 원해 반대하는 주민들이 잘 볼 수 없는 선에서 허용해준 것”이라며 “배달원을 비하하거나 하찮게 생각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입주민 사이에서 화물용 승강기 이름을 ‘배달원 전용’이나 ‘vip’ 승강기로 고치자는 의견이 나와 검토 중”이라는 입장도 국민일보에 전했다.
이신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