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박 통했나?…파월 “금리 중립에 근접” 발언에 美 주가 폭등

입력 2018-11-29 09:33 수정 2018-11-29 10:06
뉴욕 경제 클럽 연설에서 연설하고 있는 파월 의장. AP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연방기금금리가 중립금리에 근접해 있다”는 발언 이후 미국 주가가 폭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성 경고 직후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신호를 줬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28일(현지시간) 뉴욕 경제 클럽 연설에서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금리는 여전히 낮다. 그리고 성장을 가속화하거나 둔화시키지 않는 경제에 중립적일 수 있는 수준 바로 아래에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당초 예고했던 올해 1차례, 내년 3차례의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앞서 지난 3일 애스펀연구소 주최 행사에서 “(금리가) 중립으로부터 한참 멀리 있는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뉴욕 연설에서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참가자들의 (금리) 전망은 우리의 최선의 경제 평가를 바탕으로 하지만 사전에 설정된 정책 경로는 없다”면서도 “금리가 영향을 미치는데 걸리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경제 과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을 비판하고 나선 뒤여서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제이(Jay·제롬의 약칭)’를 선택한 이후 지금까지 전혀 행복하지 않다”며 “누구를 탓할 건 아니지만 연준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의 대형 스크린에 파월 의장의 연설 모습이 나오고 있다. AP뉴시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직접적으로 반응하진 않았다. 그 대신 미국 경제가 3% 이상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고,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 달성에 있어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 시장의 리스크 요인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개별 기업에 대한 정보는 지난 1년 동안 이자 부담이 큰 기업들이 부채를 많이 늘렸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높은 레버리지를 쓰고 있는 대출자들은 경제가 하강 국면으로 돌아설 경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고, 투자자들은 예상보다 큰 손실을 입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급락세를 나타냈던 증시와 관련해서는 “우리는 주식에서 위험 과잉을 발견하진 못했다”고 언급했다. 또 “일부 영역에서 위험이 정상 이상이고 다른 분야에서는 낮다”며 “전반적인 금융 안정성과 취약성은 보통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파월의 힘, 美 주식시장 일제히 폭등

AP뉴시스

이날 오전 상승세로 출발한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전해진 이후 일제히 가파르게 올랐다.

뉴욕 증시가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에 2% 넘게 급등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617.70포인트(2.50%) 상승한 2만5366.43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지난 3월 26일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역시 전날보다 61.61포인트(2.30%) 상승한 2743.7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08.89포인트(2.95%) 오른 7291.59에 장을 마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단기 금리가 하락하고 장기 금리는 오르면서 은행 주가가 상승했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주가가 모두 2% 넘게 올랐고 JP모건은 1.1% 상승했다. 기술주들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아마존(6.09%), 애플(3.85%), 페이스북(1.30%), 넷플릭스(6.01%), 알파벳(3.75%) 등 대표주들의 주가가 모두 올랐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