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미필 끼워넣기 차단…투명성 확보’ 기술위, 외부 소통 강화 필요

입력 2018-11-29 09:20 수정 2018-11-29 11:50

KBO가 기술위원회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12월 말까지 기술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인선을 확정지은 뒤 내년 2월까지 전임 감독을 선발한다는 구상이다. 기술위는 전임 감독 선발은 물론 대표팀 선수 선발에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내년 11월 2019 프리미어 12,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기술위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먼저 따져볼 게 있다. 기술위가 부활하게 된 배경이다. 지난해 7월 전임 감독제가 전격 시행되면서 폐지됐다. 기술위가 담당하던 대표팀 선수 선발 기능 등 모든 권한을 전임 감독에게 위임했기 때문이다.

KBO의 대표팀 운영 규정을 보자. 제4조 ‘대표팀 선수 선발 및 해산’ 1항은 ‘대표팀 선수의 선발은 대표팀 감독 및 기술위원회가 선발한다’고 규정짓고 있다. 전임 감독이 없던 시절 기술위가 1차적으로 선수 선발을 맡고, 최종 선발 과정에서 감독과 협의해 결정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선동열 전 감독이 전임 감독을 맡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KBO의 국가대표팀 운영규정 3조 5항은 ‘총재는 대표팀 선수 선발을 위해 기술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으며 필요시 대표팀 감독과 코치진에게 기술위원의 역할을 위임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이 규정을 들어 선 전 감독은 기술위를 구성하지 않았다. 코칭스태프 구성, 선수 선발, 회의, 그리고 보고까지 모든 권한을 선 전 감독이 행사했다. 기술위의 논의 구조를 통해 선수를 선발해도 논란이 계속되는 판에 선 전 감독이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노출됐다. 우선 여론과의 소통 문제였다. 선 전 감독은 지난 4월 9일 예비 엔트리 명단 109명을 발표했다. LG 트윈스 오지환(28)과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28)이 들어 있었다. 병역기피 논란이 일었다. 논란을 전달해 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정운찬 KBO 총재마저 지난달 23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을 당시 여론을 선 전 감독에게 전달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을 자책할 정도였다.

그리고 6월 11일 최종 명단 24명을 발표했을 때도, 지난 8월 13일 4명의 교체 명단을 발표했을 때도 선 전 감독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전달해 준 이는 없었다.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야구대표팀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러나 환영받지 못했다. 야구대표팀 선발 과정에 대한 회의록 공개 요구가 빗발쳤다. 당시 회의록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은 더욱 비등해졌다. 급기야 정운찬 총재와 선 전 감독은 차례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고,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야 했다. 그리고 선 전 감독은 용퇴를 선택했다.기술위는 일련의 과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향후 운영 과정에서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소통이다. 기술위는 선수들의 기량만을 평가하는 조직이 되어선 안 되는 것이다. 국민들의 정서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구단 관계자만을 만날 게 아니라, 야구계 밖의 여론 청취도 게을리 해선 안 되는 것이다.

다음은 공정성이다. 병역 미필자 선발이다. 병역의 의무를 마치지 않은 선수 가운데서도 출중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있을 수 있다. 뽑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과거 기술위의 활동을 보면 구단 관계자들의 로비 등에 휘둘리며 병역 미필 선수 끼워넣기를 매번 자행했다. 이런 관행을 깨야할 때다. 국민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이다.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팬들은 또다시 분노할 것이다.

투명성이다. 예비 엔트리 선발에서부터 최종 엔트리 선발 과정까지 전 과정이 기록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기술위는 야구만을 잘하는 기술인을 선발하는 게 아니라 선수의 인성과 여론까지 감안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구단의 병역미필자 끼워넣기 관행을 깨는 데 일조하지 않는다면 기술위원장이 국회에 불려가는 불행한 사태가 오지말란 법은 없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