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코와 아센시오, 레알의 ‘미래’에서 ‘계륵’된 둘

입력 2018-11-28 16:31 수정 2018-11-28 16:42
마르코 아센시오가 28일(한국시간) 유럽 챔피언스리그 AS로마와의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의 태클을 피하고 있다. AP뉴시스

훌렌 로페테기가 경질된 지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2군 격인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를 이끌던 산티아고 솔라리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레알 마드리드의 성적은 5승 1패. 25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SD 에이바르와의 원정경기에서 충격적인 0대 3 패배를 당하며 상승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최악의 분위기에서는 어느 정도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네딘 지단과 로페테기, 솔라리까지 반년 동안 세 명의 감독을 거치며 가장 입지 변화가 생긴 이들은 이스코(26)와 마르코 아센시오(22)다. 스페인과 레알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이자 세대교체의 중심으로 꼽혔던 이들은 지단 체제에서부터 꾸준히 기회를 받아왔다. 하지만 솔라리가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입지가 180도 달라졌다.

아센시오는 최근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시즌 전 대회에서 18경기(선발 11경기)에 출전했으나 그가 골망을 흔든 적은 단 한 번이 전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시절 겪지 못했던 레알의 저조한 득점력도 아센시오의 부진이 한몫했다.

솔라리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곧바로 칼을 빼 들었다. 자신이 지휘봉을 잡고 치른 6경기에서 아센시오를 선발 카드로 꺼내 든 것은 단 2번이 전부다. 전임 감독인 로페테기가 이번 시즌 12경기 중 11경기에 아센시오를 선발로 내세웠던 것과 상반된다. 솔라리 감독은 아센시오보다는 루카스 바스케스에게 좀 더 신뢰를 보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브라질의 신성인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까지 출전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아센시오의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주전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스코가 지난 16일(한국시간) 유럽 네이션스리그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볼을 몰고 전진하고 있다. AP뉴시스

이스코는 이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솔라리 체제에서 그라운드를 밟은 적이 단 두 번이다. 그마저도 출전 시간은 얼마 되지 못했다. 레알 바야돌리드전에서 34분, 에이바르전 27분 출전에 그쳤다. 최근 맹장염으로 수술을 받긴 했지만 몸 상태에 문제는 없다. 스페인 대표팀에서 11월 A매치 두 경기 모두를 풀타임으로 소화한 것이 그 증거다. 지난 로페테기 체제에서 전술의 핵으로 중용 받았던 만큼 충격은 더하다.

2대 0으로 승리한 28일 유럽 챔피언스리그 5차전 AS로마와의 경기에서도 이 둘의 초라해진 입지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센시오는 경기 종료 6분을 남겨두고 교체로 겨우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고, 이스코는 출전 명단에 들었으나 벤치에조차 앉지 못했다. 한참 후배인 페데리코 발베르데에게 밀려나는 굴욕까지 당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이스코는 현 상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가 끝난 후 스스로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으로 걸어 들어갔다. 불만에 가득 찬 표정으로 기자들 앞에 선 그는 “내 몸에 문제는 없다. 부상 때문에 출전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솔라리 감독을 직접 저격함에 따라 둘 사이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스코는 마지막까지 로페테기 경질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던 선수이기도 하다.

입지가 악화된 이들을 언론들이 가만둘 리 없었다. 스페인 ‘아스’와 ‘돈발롱’, 이탈리아 ‘칼치오메르카토’, 영국 ‘미러’ 등에서 아센시오와 이스코를 향한 온갖 이적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전임 감독 체제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자랑했던 이들의 초라해진 상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