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제 성추행 사건’의 영상 분석을 담당했던 전문가가 “(영상 속 반민정은) 강제추행 피해자의 모습과 다르다”는 처음의 의견을 번복한 데 대해 “사실은 긴급하게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을 의뢰한 모 언론사 측에 통상적인 소요 시간을 충분히 설명했지만, 기사를 위해 빨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것이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27일 배우 반민정이 2015년 영화 ‘사랑은 없다’ 촬영 중 상대 배우 조덕제로부터 성추행당한 사건을 재조명했다. 조덕제는 지난 9월 13일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받았다.
당시 반민정은 조덕제가 영화 설정과 상관없이 자신의 하체 부위를 여러 차례 만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덕제는 “감독의 지시대로 배역을 충실히 연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촬영 중 벌어진 일이라서 카메라에 찍혀 있었지만, 앵글이 두 배우의 상반신에 맞춰져 있어 판별할 수 없었다.
이후 한 언론사의 보도를 통해 윤용인 영상공학 박사의 감정 결과가 전해졌다. 윤 박사는 “여성의 하체를 만지기에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강제추행 피해자의 모습과 다르다” “(남자배우 입장에서) 연기의 일부로 볼 수도 있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윤 박사는 반민정의 의뢰를 받아 원본 영상을 한 번 더 분석했고 “강제 추행 치상 및 폭행으로 판단됨”이라고 번복했다.
윤 박사는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제작진 측에 “(첫 분석 당시) 기자가 와서 기사를 내야 하니 가급적 빨리해달라고 했다”며 “약 3일 만에 결과를 보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한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지만, 그냥 몇 가지만 해달라고 해서 사실은 긴급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반민정은 이날 방송에서 “본 영상은 따로 있는데, (조덕제는) 성추행 앞의 장면을 올리고, 뒤의 장면을 올려 제 숨통을 조여 오고 있다”면서 “사고 장면을 올릴까봐 불안하고 고통스럽다. 영화라고 생각하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실제로 제가 당한 장면이라서 너무나 끔찍하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