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하지도 않은 성추행, 얼떨결에 인정해 처벌 받게 됐습니다…”

입력 2018-11-28 10:33 수정 2018-11-28 21:00
뉴시스

성추행 사건은 뒷말만 무성하게 남겨놓고 종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증을 찾기 어려워 재판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뤄지기 때문입니다. 혐의를 인정하는 피의자는 많지 않습니다. 많은 피의자가 억울하다고 주장합니다.

전해드릴 사연의 주인공도 그 중 하나입니다. 성추행을 했다고 오해를 받았고, 주변의 관심이 쏠리자 부담이 돼 현장에서 얼버무리듯 혐의를 인정했는데, 그 뒤에 말을 정정하니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물증은 없고요.

청와대 국민청원

2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억울하게 성추행범이 되게 생겼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자는 지난해 11월 친구 한 명과 함께 이태원의 한 맥줏집을 찾았다고 합니다. 사회생활을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였습니다.

친구의 하소연은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청원자는 시계를 확인하고 그만 집에 가기 위해 카운터를 찾았습니다. 문제의 사건은 이때 일어났습니다. 카운터엔 많은 사람이 몰려있었고, 그 중 한 여성이 불쾌한 표정을 하고선 청원자의 손목을 잡아당겼습니다. 그러면서 “너 오늘 제대로 걸렸어”라며 “왜 내 엉덩이를 만지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청원자는 여성의 말뜻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주위가 너무 시끄럽고 산만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때까지만 해도 요즘 여성들은 호감을 이렇게 표현하나보다 싶었다. 정신을 차린 건 경찰이 출동한 뒤였다”고 밝혔습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맥줏집 앞엔 사건을 구경하는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손님은 사건을 촬영하기 위해 휴대폰 카메라까지 들고 있었다는데요. 청원자는 사건을 수습하고 다른 손님들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상황이 담긴 CCTV만 제대로 확인되면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청원자는 현행범으로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생각만큼 쉽게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그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탓입니다. CCTV는 구도가 맞지 않아 쓸모없었습니다. 청원자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뭐가 뭔지 몰랐다. 개념 자체가 없었다”며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인정하지 않았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는 결국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나 오히려 벌금액만 늘었습니다. 1심은 그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는 다시 항소했고, 다음 달 3일 공판 기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청원자는 또 피해 여성이 성추행범을 오인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청원자로부터 지방에서 처음 서울에 놀러온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에겐 친구 5명 정도의 일행이 있었다”고 진술했는데, 사실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청원자는 태어나 줄곧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는 ‘서울 토박이’라고 합니다. 또 일행도 한 명뿐이었습니다. 그는 “여성분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성추행범이 나는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