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에 대해 “제이(Jay·제롬의 약칭)를 선택한 이후 지금까지 전혀 행복하지 않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를 탓할 건 아니지만 연준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그를 추천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도 화살을 돌려 왔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0분간 이뤄진 인터뷰에서도 상당 시간을 파월 의장에 대한 불평으로 소모했다. 그는 특히 미 주식시장 침체와 제너럴모터스(GM)의 공장폐쇄 등 구조조정 책임 역시 연준에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은 실수를 하고 있다”며 “나에겐 직감이 있고, 그 직감은 때때로 다른 사람들의 두뇌보다 많은 것을 내게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인상 정책 등이 미 경제를 해친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보조금 삭감할 것” 구조조정 GM 경고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GM이 북미지역 7개 공장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보조금 삭감까지 언급하며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GM의 오하이오, 미시간, 메릴랜드 공장 가동 중단 결정을 내린 “메리 배라 GM 회장 겸 CEO에 매우 실망했다”면서 “전기차 프로그램을 포함한 GM 보조금 전액을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008년 미 연방 차원에서 GM에 구제금융을 투입한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은 GM을 살렸다. 그리고 이게 우리가 받는 ‘감사’ 표시”라고 비판했다. 이어 “GM은 몇년 전 중국에 공장을 지으며 큰 내기를 걸었다. (내기에서) 이득을 볼 생각도 말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
GM의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은 지금까지 강한 모습을 보여온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GM의 이번 구조조정은 역설적으로 미국 경제 호황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소비자들이 더 크고 비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을 더 많이 찾게되면서 승용차의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이내믹 이코노믹 스트래티지의 이코노미스트 존 실비아는 이날 WSJ에 “(GM은)세단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동자들의 수입이 늘고 있고 실업률은 낮으며 자신감은 강하기 때문에 SUV와 고급자동차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고 보는 경제학자는 거의 없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상당수 경제 지표들이 노란색 깜빡이를 켜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GM의 대규모 인원 감축과 생산 중단도 이 같은 신호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미국의 주택 시장부터 위축될 조짐이다. 최근 에너지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텍사스주와 노스다코타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고용과 투자 부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지표들도 투자자들이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안전자산인 미 재무부 채권에 비해 기업 채권의 금리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위험자산인 기업 채권을 피하고 있다는 뜻이고, 경기 하강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글로벌 경제 성장세도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은 6.4%로 점차 둔화되고 있고, 독일은 0.2%로 2013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일본은 3분기 성장률이 -1.2%를 기록했다.
WSJ 조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 경제의 성장 전망을 하향조정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평균 3.8%였던 미국의 성장률이 4분기 2.6%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로버트 다이 코메리카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인 경기 침체를 예상하지 않았지만 2019년과 2020년에는 경제 성장세가 서서히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경기 순환이 매우 천천히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