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스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의 유해성 여부를 놓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담배회사가 법정 다툼을 예고한 가운데, 보건당국이 가열담배의 타르 성분이 무해하다는 일본 학자의 주장과 뉴질랜드가 가열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쓸 수 있도록 한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금연전문가 단체인 대한금연학회도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고 다시 주장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27일 모 언론에서 보도한 “뉴질랜드 정부가 궐련형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쓰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에 발표된 뉴질랜드의 정책은 ‘액상 전자담배’를 학교 식당 직장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뉴질랜드에서 니코틴이 포함된 액상 전자담배는 수입이 금지돼 있었으나 최근 이를 합법화하면서 공공장소에서의 사용 규제 등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액상 전자담배를 ‘위해저감담배’로 사용하고 있으나 이는 국제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의 권고사항을 대부분 이행하고 흡연율이 낮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방법으로 세계적으로 이견이나 반대가 많은 정책이라고 복지부는 밝혔다.
영국은 비싼 담배값(약 1만4300원), 무광고 표준 담뱃갑 도입 등으로 15세 이상 남성 흡연율이 17.7%로 낮다. 뉴질랜드도 15.6%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으로 32.9%로 높다.
복지부는 아울러 최근 열린 담배규제포럼에서 일본 국립보건의료과학원 나오키 쿠누키타 박사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는 일반 담배와 다르며, 대부분 무해한 성분”이라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반박을 내놨다.
나오키 박사의 연구에서 활용된 ‘2단계 방법으로 배출물을 수집하는 분석법’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시험법이 아닌, 해당 연구에서 자체적으로 고안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 식약처 발표에서 적용한 궐련형 전자담배 배출물 포집방법은 기존에 일본 중국 독일 정부기관에서 사용하는 방법과 동일하는 것이다.
또 나오키 박사는 타르의 구성성분에 차이가 있음을 소개했으나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일반 담배의 타르가 배출되지 않는다’고 밝힌바는 없다고도 했다.
이와함께 "궐련형 전자담배의 배출물 중 한국 식약처가 타르로 통칭한 물질의 대부분이 의약품으로 쓰이는 등 인체에 무해한 습윤제 글리세롤이었다"고 말한데 대해서도 복지부는 “타르에서 글리세린 등 일부 성분을 제외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합의된 정의와 다르다”고 했다.
프로필렌글리콜 등 궐련형 전자담배 배출물에서 다수 검출된 성분도, 높은 온도에서 가열되면 발암물질 등 유해성분이 생성될 수 있으므로 유해성에 대해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복지부는 “나오키 박사 역시 발표의 결론으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은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FCTC 8차 당사국총회도 궐련형 전자담배에 일반 궐련과 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하며, 일반 담배 보다 덜 유해하다고 판촉하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는 결정문을 채택했다.
한편 대한금연학회도 담배규제 분야 국제학술지 ‘Tobacco Control’ 11월 특집호에 수록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위해성에 대한 여러 연구결과를 검토한 결과를 이날 내놨다.
학회는 아이코스를 위해저감담배제품(MRTP)으로 승인받기 위해 제조사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에 비해 독성물질의 양이 적어 인체에 덜 유해하다는 PMI의 주장은 근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PMI가 FDA에 제출한 자료에서 아이코스에 포함된 114개의 성분 중 56개는 일반 담배 보다 아이코스에 오히려 더 많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발암물질인 ‘부티로락톤’ 등 3개 성분은 최대 460%까지 증가했다. 미국 성인 대상 연구에서 잠재적으로 건강에 유해할 수 있는 24가지 생체 지표 중 23가지에서 일반 담배 흡연자와 아이코스 흡연자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반 담배 대신 아이코스를 사용해도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유해성이 낮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 담배와 아이코스 연기에 각각 노출된 쥐를 비교한 연구에서 폐염증 발생과 면역억제 효과에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이코스의 폐 기능 및 면역력 악화 영향이 일반 담배와 차이가 없음을 뜻한다.
위해저감담배제품으로 승인받으려면 사용과 관련된 질병에 걸릴 위험이 현저히 줄어들고 인구 전체(흡연자 및 비흡연자)의 건강에 해당 제품이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PMI가 제출한 데이터에서는 아이코스를 위해저감담배제품으로 승인해야할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학회는 강조했다.
이번 특별호에는 우리나라의 아이코스 사용 현황에 대한 연구결과도 포함돼 있다. 한국에서 아이코스 판매가 시작되고 3개월 후 19~24세의 젊은층 228명을 조사한 결과, 38.1%가 아이코스에 대해 알고 있었고, 5.7%(13명)가 사용한 경험이 있으며, 3.5%(8명)가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것은 아이코스 사용자 8명 모두 아이코스 뿐 아니라 일반 담배와 액상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3중 복합 흡연자(트리플 유저)’였다. 이는 아이코스를 건강에 덜 위해한 제품으로 홍보해도 흡연자들은 다른 담배제품을 복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한금연학회 지선하(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이사장은 “가열 담배에 대해서는 여전히 연구할 내용이 많고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아 사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