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판 숙명여고 사건’ 서울과기대 교직원 자녀 특혜 의혹 사실로 밝혀져…

입력 2018-11-27 16:01

‘대학판 숙명여고 사건’이라 칭해졌던 서울과기대 교직원 자녀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서울과기대 소속 현직 A교수가 2014년 자신의 소속 학과에 아들을 편입학시킨 후, 본인이 개설한 강의를 수강한 아들에게 8개 과목 모두 최고학점인 A+를 부여한 사실을 공개했다. 같은 대학의 직원도 자신의 자녀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과정에 개입하며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교육부는 27일 해당 의혹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서울과기대에 당사자들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대학에도 기관경고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정조사로는 한계가 있어 이번 주 중 검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사진출처 : 서울과기대 홈페이지

◆ ‘손쉽게 얻은 A+와 장학금’ 서울과기대 교수 자녀 편입학과 학점부여, 장학금 개입

교육부는 지난달 김 의원이 제기한 해당 의혹을 면밀하게 조사한 결과, ▲A 교수의 자녀가 편입학할 당시 업무관리와 8개 과목에서 최고 학점을 부여한 점 ▲장학금 지급 관련 성과전시회 평가에 참여한 것이 부당했던 점 ▲대학원 면접 위원 위촉 정황 역시 부적정했던 점 등을 확인했다.

A 교수는 자녀의 편입학 전형과정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수험생 관련 교직원을 배제하기 위한 학교 측의 교직원 자진신고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는 공무원이 4촌 이내 친족이 직무관련자인 경우 소속 기관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공무원 행동강령과 서울과기대 교직원 행동강령 규정을 위배한 것이다.

A 교수의 자녀인 해당 학생은 1단계 서류평가 당시 합격가능순위권 밖에 있었으나, 면접 과정에서 7위에서 4위로 오르며 합격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한 A 교수가 자신의 수업 8개를 수강한 자녀에게 모두 A+ 점수를 부여한 것과 관련해, 시험문제가 대부분 객관식과 단답형 문제라 채점 과정에서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시험문제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출제와 인쇄, 보관 등을 전적으로 교수가 담당하고 있으므로 행정조사로 밝혀내기엔 한계가 있다고 교육부 조사반은 밝혔다.

특히 A 교수는 자녀가 2014년 1학기 B0 학점을 받은 과목을 2015년 1학기에 다시 개설했고, 자녀가 아버지 강의를 재수강해 A+를 받았다. 애초 해당 강의를 담당하던 신임교수가 A 교수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강의를 양보했으며, 동료 교수들이 학생들이 선호하는 과목이 아닌데도 직접 자원해 강의한 사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A교수의 자녀 특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 교수는 CK 사업단 장학금 지급 기준인 성과 전시회 평가 당시 자녀에게 최고점을 부여했다. 자녀가 2017년 학부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대학원에 지원하기 전 다른 교수에게 지도교수가 돼 달라는 요청을 했고, 학과장은 이를 알면서도 지도교수를 면접위원으로 위촉했다. 당시 해당 대학원 정원 미달로 추가모집을 했을 때 A교수의 자녀 1명만 지원해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해당 대학에 A교수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중징계는 정직이나 강등, 해임, 파면 등이다. 다만 자녀에 대해서는 검찰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학적에 불이익을 가하기 어렵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는 제도개선을 위한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우선 학생들에게 교수인 부모의 강의를 가급적 수강하지 않도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을 통해 안내하고, 수강편람 및 수강신청 시스템 등에 해당 내용을 공지할 예정이다. 교수들에게는 자녀 등에 대한 강의 회피·사전 신고제 등 공정한 학사관리를 위한 유의사항을 문서로 만들어 안내할 예정이다.

대학에는 강의를 수강하고자 하는 학생이 해당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의 자녀인 경우, 해당 교수는 교무처 등 대학본부에 해당 사실을 반드시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는 내부규정을 신설할 것을 권고할 예정이다. 또한 부모의 과목이 전공필수과목으로 지정되는 등 불가피하게 자녀가 부모 강의를 듣는 경우에는 최종 성적을 부여할 때 출석·과제제출·시험 등 성적산출 근거를 학과장에게 제출하도록 해, 학과장이 성적 평가의 공정성을 확인할 것을 권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부분 권고사항이고 실제로 서울과기대 사태에서 학과장이 부당함을 눈감아준 점 등을 고려하지 않아 철저한 제도 개선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취업난 속 채용 비리’ 교직원 첫째 자녀는 산학협력단 직원, 둘째 자녀는 학과 조교 채용

교육부는 이날 서울과기대 교직원의 자녀들이 채용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대학 소속 직원 B씨의 첫째 자녀는 2016년 제2차 산학협력단 행정직 직원 채용 당시, 소속 직원 자녀가 이에 응시한 사실을 안 채용 관계자 2명이 행동강령책임관과 상의하지 않은 채 심사에 참여했던 것이 드러났다. 이후 조교에게 면접심사위원들의 면접심사표를 다시 작성하도록 하고, 원본은 보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에는 B씨의 둘째 자녀가 모 학과 조교로 채용될 당시, 해당 학과 교수는 그를 합격시키기 위해 다른 지원자 2명의 필기시험 과락 점수를 부여했다.

이에 교육부는 첫째 자녀의 산학협력단 행정직 채용심사와 관련, 관계자 2명에게 경고 조치를 요구했다. 둘째 자녀 학과 조교 채용과 관련해서는 의도적으로 과락점수를 부여하고 면접심사표 재작성 후 원본을 보관하지 않은 학과장에게 중징계 조치를 요구했다.

교육부는 조사결과와 처분 내용을 서울과기대에 통보한 후, 재심의 신청 기간인 30일 이후 관련자에 대한 처분을 확정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채용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대학이 직원 및 조교 채용 시 채용심사위원에 외부 인사를 포함하고, 심사위원에게 채용 지원자와 특수관계가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의무화하며,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적용하는 등 제도개선을 대학에 요구할 계획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번 사안 조사 결과 위법·부당이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취했으며, 향후에도 학사 및 채용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신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