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르면 오는 30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동시에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검찰은 27일 고 전 처장을 세 번째 불러 조사한 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소환 일정도 구체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박·고 전 처장이 재판개입·법관사찰 등 혐의에 대한 수사에서 비협조로 일관해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크다고 보고 30일 구속영장을 동시에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박 전 처장에 대한 조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날 고 전 처장을 한 번 더 소환조사한 뒤 두 전직 행정처장에 대해 이번 주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을 거의 굳힌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박 전 처장을 지난 19일 공개 소환한 뒤 25일까지 4차례 소환 조사했다. 하지만 박 전 처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당한 지시였다’ 등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처장 역시 지난 23~24일 검찰에 불려 나와 조사를 받았으나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고 한다.
이들이 혐의 부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만큼 신병을 확보할 필요성이 크다는 게 검찰 내부 분위기다. 앞서 법원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자신감을 불어넣는 배경 중 하나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관련 문건을 직접 작성했던 행정처 관계자들의 진술과 관련 문건 등이 확보돼 있고, 임 전 차장의 보고를 받은 구체적인 정황이 전직 행정처장들의 서명 결재가 돼 있는 ‘법관 블랙리스트’ 등 문건으로 파악된 만큼 혐의점이 충분히 소명된다고 보고 있다.
박·고 전 처장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됨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도 조속한 시일 내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27일 고 전 처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양 전 대법원장 소환을 위한 준비 작업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 소환에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을 것”이라며 “전직 법원행정처장들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일정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