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대란 일으킨 KT 아현지사, 사무실에서 용접 작업 있었다

입력 2018-11-27 10:43
26일 서울 서대문구 KT아현지사에서 국과수 등 관계당국이 2차 정밀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수사 당국은 지난 주말 통신대란을 일으켰던 KT아현지사 화재를 실화나 방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국가 주요 통신시설인 해당 건물에서 최근에도 용접 작업 등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형적인 ‘안전 불감증’ 사고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KT 아현본부에서 근무한다는 한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곳곳에서 용접하는 소리가 들렸다”면서 “때로는 무언가 타는 냄새도 났다”고 전했다.

앞서 26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 관계기관은 2차 합동감식을 실시했다. 이날 감식에는 경찰·국과수·소방·한국전기안전공사·KT 관계자 등 40여 명이 투입돼 오후 4시30분까지 현장 증거 채집 등이 이뤄졌다. 서부역에서 신촌 기차역으로 이어지는 지하 통신실의 통신구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고 정확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 등을 밝히는 게 목적이었다. 전날에는 국과수를 제외한 관계기관들이 1차 현장감식을 해 육안으로 현장을 살피고, 통신구의 약 79m가 소실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합동감식을 진행한 뒤 서울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정확한 발화지점과 원인을 알 수 없지만 방화나 담배꽁초 등 외부요인에 따른 화재 가능성은 낮다”며 “기계적 결함이나 기타 발화원인을 찾기 위해 현장에서 수거한 환풍기·잔해물 등을 국과수에 맡긴 상태”라고 밝혔다.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가 KT 건물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해당 건물에선 최근 사무실 리모델링을 위해 용접 등 화기작업이 이뤄지면서 실화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KT는 지난 10월 수주한 행정안전부의 국가재난망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센터로 아현본부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국가 예산인 1조7000억원이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다. KT는 내년 1월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기에 앞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하청 업체 직원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을 아현본부 내에 마련하고 있었다. 프로젝트 회의를 위해 아현본부를 찾은 KT 관계자와 하청 업체 관계자들은 용접 작업을 목격했다.

이 관계자는 “용접 작업과 화재 발생을 연결하는 건 무리일 수 있지만 수사당국이 화재 원인에서 실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선 안 될 것”이라며 “더구나 국가 주요 통신시설인데 이렇게 화재에 무감각하게 작업을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KT 화재가 발생하기 이틀 전인 지난 22일엔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모 공장은 용접 작업을 하다 불꽃이 집진기 내부로 튀어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통신구가 복구되면 추가 발굴된 잔해 등을 통해서도 불이 난 원인과 발화지점 등을 더 확인할 예정이다. 3차 합동감식은 예정되지 않았고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는 데는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