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이제는 우승할 때

입력 2018-11-26 16:11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동남아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18일 오후 경기도 파주 NFC(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우승의 호기를 맞았다.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준결승에 올랐다.

이제 우승까지 단 두 발자국만 더 가면 된다. 스즈키컵은 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맹주를 자처하는 국가들이 실력을 겨루는 대회다. ‘동남아 월드컵’이라 불리는 이 대회는 실제 동남아 지역에서만큼은 월드컵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한다.

베트남은 지난 24일 하노이 항더이 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최종 4차전에서 캄보디아를 3대 0으로 꺾었다. 조별리그를 무패(3승 1무)로 끝마친 베트남은 2위 말레이시아에 한발 앞서 조 1위로 준결승에 올랐다. 무엇보다 8골을 넣는 동안 한 골도 안 내주는 끈끈한 수비를 자랑했다. 조별리그 무실점은 참가국 10개 팀 중 베트남이 유일하다.

결승 문턱에서 만난 상대는 필리핀이다. 홈 앤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되는 준결승전에서 필리핀과 다음 달 2일 원정, 6일 홈에서 경기를 가진다. 이미 현장티켓 9000장이 순식간에 매진돼 암표 가격이 10배까지 뛰었다는 후문이다.

베트남은 박 감독 부임 이후 축구 역사의 전환점을 맞았다. 모든 것이 최초의 연속이다. 박 감독과 함께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했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4강까지 진출했다. 이젠 스즈키컵에서까지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선전하고 있다.

베트남 축구는 이례 없는 국민적 관심과 열기 속에 부흥기를 겪고 있다. 박 감독뿐만 아니라 주축 선수들인 응우옌 꽝 하이와 응우옌 콩 푸엉은 국민적 영웅이 됐다. 이번 스즈키컵에 참가하는 23명의 선수 중 23세 이하 선수들이 무려 15명이란 점에서 베트남 축구의 밝은 미래를 확인할 수 있다. 모두 박 감독이 만들어낸 성과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두 번의 큰 대회에 참가하며 결승 문턱에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번 스즈키컵은 박 감독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림으로써 감동 커리어에 절정을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컵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대한축구협회도 박 감독과 베트남 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들이 최고의 시설 속에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난달 한국 축구대표팀 전용 훈련 시설인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까지 내줬다. 덕분에 베트남 선수단은 한국에서 전지훈련과 연습경기를 치르고 최상의 몸 상태로 스즈키컵을 시작할 수 있었다.

U-23 챔피언십과 아시안게임에 이어 박 감독의 세 번째 신화가 우승 트로피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