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는 세계의 공장이고, 중동은 세계의 유전이다. 세계 질서는 아직 세계 초강대국가인 미국에 의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런 미국을 떠받히는 두 가지 힘은 기축통화인 달러와 세계의 해상 무역로를 지키는 미군의 군사력이다.
세계 인구의 대부분은 아직 구대륙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산다. 그리고 구대륙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과거에 무역을 관장하였던 실크로드는 동아시아와 중동에서 정치적 갈등으로 그 맥이 끊긴다.
그러므로 육로보다 해로가 무역 통로로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대양을 지배하는 세력은 미 해군이다. 냉전 시대 이후 미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911테러로 인해 미국의 자존심과 군사력에 상처가 생겼고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건으로 미국의 경제력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의 소프트파워, 즉 민주주의, 자유무역, 인권과 자유의 수호자로서 그리고 인류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이상적인 국가로서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지금은 모두가 각자 도생하는 시기이다. 미국의 힘의 공백은 전세계적인 혼란과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패권국가였던 나라들은 다시 스트롱맨이 지배하는 시대로 회귀하였다. 러시아 짜르푸틴, 중국 황제 시진핑, 터키 술탄 에르도안, 이집트 파라오 엘시시 등이 그 예이다.
소비에트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서구가 정치적으로 승리하였을 때 오늘과 같은 세계 질서가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동아시아에 사는 우리들은 전지구적 관점에서 세계사를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러므로 중동은 먼 곳이 아니다.
중동은 전지구적 이해가 부딛히고 세계 전략이 꿈틀되는 지역이다. 세계의 유전과 공장, 무역로와 결제 통화, 그리고 그 배후의 역학 관계를 알아야 험난한 격동기에 살아 남을 수 있다.
중동의 가장 큰 이슈는 이스라엘과 아랍 민족 간의 대립 그리고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시오니즘 민족주의에 입각한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들을 내쫓고 서구의 비호 아래 중동에 유대민족의 나라를 세웠다.
당연하게 아랍형제국가들은 이스라엘과 각을 세웠으나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힘을 알게 된 몇몇 중동국가들은 더 이상 이스라엘과 대립할 수는 없었다.
특히 미국은 중동에서 확고하게 이스라엘을 편들고 있다. 미국 내 금융 실세인 유대인들의 세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으며 미국의 보수 개신교도 심정적으로 이슬람을 혐오하고 유대인들을 지지하고 있다.
중동 국가 중에 아직도 이스라엘과 강력한 적대관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이란이다. 1979년 친미 팔레비 독재정권을 끌어 내린 호메이니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은 상징적으로는 종교지도자가 최고 국가 통치자이나 현실적인 정치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 담당하는 독특한 신정체제를 구축하고 자신들이 정통 이슬람국가임을 자임하였다.
걸프만의 왕정국가들에게 이란은 가장 큰 위협이었으며 결국 걸프만의 왕정국가들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친해지고 이스라엘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정치외교적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 봉쇄로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으며 오히려 미국이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물러난 사이 러시아와 손잡고 중동 역내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봉쇄는 물론 이란을 더욱 경직되게 하고 혁명수비대와 같은 강경 집단이 득세하게 만들었다. 물론 아랍 민중들의 정서는 확고하게 종교적으로 이슬람이 절대적이고 정치적으로 반이스라엘이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과 독주를 견제하면서 이란과의 핵협정으로 중동 정세의 변화가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 이후 모든 것이 다시 바뀌었다. 이란은 다시 경제 제재에 들어가고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으로 미 대사관을 옮기겠다고 천명하였으며 시리아와 예멘은 이란과 사우디의대리전으로 내전이 펼쳐지고 있다.
카타르는 사우디에 의해 고립되고 사우디의 젊은 왕세자는 개혁과 폭주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중동의 흐름과 미국의 역할에 주목해야 동아시아 국가인 대한민국도 살 길이 보인다. 눈을 크게 뜨고 앞으로 나아가자.
기선완 교수는
1981년 연세의대 입학하여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에서 보내고 1987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턴트를 마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이후 건양대학병원 신설 초기부터 10년 간 근무한 후 인천성모병원을 거쳐 가톨릭관동대학 국제성모병원 개원에 크게 기여했다. 지역사회 정신보건과 중독정신의학이 그의 전공 분야이다. 최근 특이하게 2년 간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한국 의료의 해외 진출을 위해 애쓰다가 귀국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