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리그에는 KIA 타이거즈 양현종(30)이 있었다. 20승으로 같은 팀 헥터 노에시(31)와 공동 1위였다. 양현종은 또 193.1이닝을 던져 헥터의 201.2이닝 다음이었다. 3085구를 던져 외국인 투수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한마디로 외국인 투수 천하였다. 평균자책점 3위까지 모두 외국인 투수였다. 두산 베어스 조쉬 린드블럼(31)이 2.88로 1위, LG 트윈스 타일러 윌슨(30)이 3.07로 2위, LG 트윈스 헨리 소사(33)가 3.52였다. 4위가 돼서야 두산 이용찬(29)이 3.63으로 이름을 올렸다.
다승 부문에선 후랭코프 18승, 린드블럼 15승이었다. 이용찬이 15승으로 공동 2위에 오르며 토종 투수의 체면을 살렸다.
최다 이닝 투구도 외국인 투수 몫이었다. 넥센 히어로즈 제이크 브리검(30)은 199이닝을 던졌다. 양현종은 아시안게임까지 출전하면서도 184.1이닝을 소화했다. 양현종을 제외하면 7위까지 외국인 투수 일색이다. 3000구 이상 던진 투수들도 5위까지 외국인 투수들이었다. 넥센 브리검 3089구, 삼성 라이온즈 팀 아델만(31) 3070구, 롯데 자이언츠 브룩스 레일리(30) 3048구, 한화 이글스 키버스 샘슨(27) 3047구였다.
탈삼진 부문은 더하다. 1위 한화 샘슨이 195개로 1위에 올랐다. 2위도 LG 소사로 181개였다. 다음으로 롯데 레일리(30) 178개, 넥센 브리검 175개, KT 위즈 더스틴 니퍼트(37) 165개 순이었다.
피안타율 또한 외국인 투수들이 독차지했다. 두산 후랭코프가 0.220으로 가장 낮았고, 같은 팀 동료 린드블럼이 0.226으로 뒤를 이었다. 한화 샘슨 0.234, LG 윌슨이 0.247로 뒤를 이었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횟수에서도 5위까지 외국인 투수들이 독차지했다. 두산 린드블럼이 21회로 가장 많았고, LG 윌슨과 KT 니퍼트가 20회로 그 다음이었다. 넥센 브리검 19차례, KIA 헥터와 LG 소사가 18차례로 공동 5위였다.
타고투저 시대라고들 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를 견뎌낼만한 토종 투수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외국인 투수들에게 좌지우지되는 KBO리그는 흥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내년 시즌에는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31)과 KIA 양현종, SK 와이번스 김광현(30)의 뒤를 잇는 대형 토종 투수가 탄생하길 기대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