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도시 인천 정체성 확보방안 ‘수문통 친수공간 복원’ 등 해법 나왔다

입력 2018-11-25 19:57 수정 2018-11-25 20:16
인천 배다리마을 문화양조장에서 개최한 인천 에모뮤지엄 플랜 최종보고회. 스페이스빔 제공

인천 수문통 복원 상상도. 김동균 그림

인천 동구 배다리마을을 근거지로 인문학에 바탕을 둔 바람직한 도시 담론을 형성하고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네트워크 속에서 현장과 접목된 경험 역량을 축적 및 공유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기위한 문화예술인들의 집단지성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시민이 만들고 제안한 바다도시 인천의 정체성 확보 방안이 2018 배다리 도시학교 ‘인천 에코뮤지엄 플랜 Eco_Museum PLAN’ 최종 결과발표회에서 나온 것이다.

이 발표회는 24일 오후 3시 인천문화양조장 2층 발효실에서 스페이스빔 주최로 열렸다.

2018 배다리 도시학교 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및 (사)경기만포럼이 협력했다. 후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담당했다.



지난 2012년 개교한 배다리 도시학교가 올해는 ‘인천 에코뮤지엄 플랜’이라는 주제로 지역의 도시 개발 및 재생 정책 및 사업에 있어서 보다 큰 방향성을 가지고 민간 차원에서 먼저 조사ㆍ연구 작업을 통해 구체적인 도시의 대안 및 계획안을 마련하여 행정은 물론 지역사회에 제시하고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에코뮤지엄(Ecomuseum)은 생태·주거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에 박물관이란 뜻의 '뮤지엄(Museum)'을 결합한 단어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건축유산, 생활방식, 자연환경 등을 그대로 보존 계승하면서 이를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새로운 개념의 박물관을 말한다.

주민들이 직접 박물관 운영에 참가할 뿐 아니라 전시 이외에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불린다.

에코뮤지엄의 3요소로는 지역의 자연, 문화, 풍속, 산업 유산(Heritage)과 지역 주민의 자발적·능동적 참여(Participation), 연구·조사·수집·보존·복원·교육·전시 등의 박물관 활동(Museum)이 있다.

인천지역 문화예술인들은 현재 인천시 도시 및 재생 담론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비전과 철학을 지니지 못한 채 역사와 문화, 생태, 공동체적인 면을 무시하거나 하나의 콘텐츠로 이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더불어 자본의 논리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공공의 자산이 파괴되거나 사유화되고 상품화되면서 바다도시로서 인천만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있으며, ‘도시에 대한 시민의 권리’ 또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8 배다리 도시학교 운영위원회’는 인천의 연안 지역 중 주요 거점이자 여러 현안이 발생하며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월미도, 내항, 인천역사, 동일방직, 수문통과 그 일대 다섯 곳을 대상지로 정했다.

지난 5월부터 역사, 문화, 생활사, 환경, 생태, 도시 계획 및 재생 등에 걸친 지역 내외의 민간 전문가와 예술가, 학생, 일반 시민 등 3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6차례에 걸쳐 강좌와 현장 답사, 5개월에 걸친 거점별 모둠 워크숍, 중간 점검 보고회를 진행해왔다.

이번 결과발표회는 모둠별로 다섯 개의 거점 각각이 지닌 역사 및 변천사는 물론 최근의 현안 및 이슈, 행정의 계획 및 진행 중인 사업 등을 두루 살펴보는 가운데 역사성과 정체성의 복원 및 이에 바탕한 바람직한 활용, 지속가능한 도시, 시민친화적인 장소 만들기 등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마련한 대안을 발표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전쟁의 섬을 시민 친수 평화의 섬으로’라는 주제로 발표한 <월미도>팀(이희환, 이다솜, 이경희, 홍선기)은 청일전쟁, 러일전쟁, 인천상륙작전 및 이로 인한 민간인 희생자 발생 등 월미도의 아픈 과거를 되돌아보는 가운데 문화의 거리 조성 이후 값싼 유흥문화와 배설의 소비문화가 넘쳐나고, 월미공원이 가진 역사성과 정체성을 배제한 관광산업적 접근으로 난개발이 이루어지고 있고, 난잡한 조형물과 전쟁 기념물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실태에 주목했다.

거기에다가 월미도 진입 도로문제, 공장 이전 문제, 상가 및 유흥시설 정리 문제, 고도제한 문제, 월미산 및 월미공원 활용문제, 친수공간 확보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인천역에서 들어가 월미도를 한 바퀴 돌아 나오는 ‘월미로’의 경우 현재의 4차로를 2차로로 줄이고 보행로를 확장하며, 진퇴양난의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는 월미은하레일은 철거를 해 수직적 시야 및 가로수와 하늘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진입로 쪽의 철조망을 제거해 바다와 산, 문화공간으로 열린 해양문화도보길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월미은하레일은 내년 4월쯤 개통될 예정이어서 문화예술인의 주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 내항을 맡은 <내항>팀(김갑곤, 이정민, 진시우, 오석근, 김아진)은 ‘내항개발의 문제점과 과제’에 대해 시민의 바다 접근과 ‘워터프론트’ 공간 확보가 안되고, 대자본 인입에 의한 복합상업공간 개발이 중심이 된 것을개선하기위해 시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들은 독점자본 선점 개발지인 ‘상상플랫폼’을 전면 재검토하고, ‘시민의 바다 접근과 워터프런트 공간확보’를 위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8부두 내 곡물창고를 활용해 상상플랫폼을 조성한다며 대기업인 CJ CGV(주)에 20년 장기 운영권을 부여하면서 지역사회 및 상인, 문화예술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내발적 발전론의 사례로 SPACE(공간, 역사와 주변 환경을 살린 도시 공간을 형성), PEOPLE(사람,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기회 있는 거리 제작), RELATION(교류, 요코하마의 다면적인 매력을 세계에 보여주고 교류를 활성화), COMMUNITY(마을, 더 많은 시민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거리의 구조를 만듦)를 중시하고 이를 목표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온 창조도시 요코하마를 소개했다.

인천역을 맡은 <인천역>팀(배성수, 최성용, 임청하, 이현숙)은 “현재의 역사驛舍를 그대로 두고, 일부 보완하는 것이 정답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인천역은 전철역 본래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며, “외부에서 찾아온 사람들을 역 내에 정체되어 있게 하기 보다는 인근 지역으로 빠르게 분산시키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인천역 개발 계획이 그대로 이루어질 경우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들을 역 내에만 끌어안게 되며, 역 내에 쇼핑시설을 만들 경우 상상플랫폼처럼 차이나타운, 신포동 등 인근 상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하며, 이미 존재하는 인근지역의 숙박업 매출 부진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호텔 추가 개설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천역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 이유로 시골역 같은 정겨운 인상을 주는 건물기도 하지만 플랫폼에서 역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동선에 단차가 거의 없다는 점을 꼽는다. 더불어 종착역으로서의 넓은 철로 또한 이곳만의 풍광이며, 이러한 것들이 인근 지역의 저층 주거지 및 상업지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해야 할 요소로 인천역 뒤 기차선로와 화물차로가 다소 위험한 보행환경이 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고 철거나 보존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만석고가의 경우는 일부를 살려 인천역과 연결된 보행로 및 전망대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더불어 향후 늘어날 수도 있는 승객 수용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승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휴일 낮 시간대를 직접 측정한 결과 200여명으로 1분이면 개찰구를 모두 통과하게 되어 우려하는 승객 정체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내항 방면으로 방문객 숫자가 늘어날 경우 후문 쪽으로 출구와 개찰구를 추가 설치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동일방직>팀(김현석, 조경숙, 오승예, 송인화, 신우정)은 산업유산으로서 동일방직 자체의 보존 및 활용 방안의 필요성이 있는만큼 옛 길을 조사해 현재와 비교하고, 동일방직 에코뮤지엄 컬렉션을 만들기 위해 인근의 역사적 공간, 산업시설, 공공기관 및 주민센터, 문화시설 및 상업적 공간, 종교시설 및 주민이 모이는 곳을 조사해 목록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에코뮤지엄 전략을 수립하였는데, 5대 전략 키워드로 현장, 스토리, 사람, 기억과 추억, 연대와 공유를 제시했다.

<수문통>팀(유동현, 민운기, 이현숙, 권해형, 유승분)은 과거 배다리와 현재의 동인천역으로 이어지던 물길이 모두 복개되어 있는데, 이를 다시 복원해 바다로 이어지는 생태 수로 및 이동로 조성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를 위해 옛 물길을 다양한 지도 및 기록사진을 통해 조사하고, 대규모 간척 및 물길 정비 사업, 몇 차례에 걸친 복개 공사 시기와 과정 및 복개 전후로 이루어진 당시의 변화상 등을 파악하였다. 더불어 전 구간 복개 이후의 활용 모습을 확인하면서 다시 복원의 필요성을 타진했다.

이들은 “사실 수문통 구역은 복개 후 확보된 도로와 주차장으로 인해 큰 불편 없이 활용 중이긴 하나 바다도시 인천 및 동구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복개된 물길을 복원해 친수공간을 마련하고 바다 및 (화수)부두로 이어지는 보행로를 확보하고, 이 일대의 산업유산 및 노동자 생활상, 노동운동, 생활문화의 현장 탐방이 가능하도록 한다면 동구만의 자연, 산업, 문화 유산을 활용한 활성화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서울에서 가장 먼저 닿게 되는 동인천역 북광장을 중·동구 일대의 주요 탐방지로 연결시킬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성격과 기능을 강화한다면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인천시가 고층 빌딩 건립에 대한 욕망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는 동인천역 북광장을 제대로 된 광장으로 조성하는 일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