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에 내린 첫눈을 보며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만주와 대륙’을 떠올렸다고 글로 썼다. 반면 야당은 임 실장이 4개월여 전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고 했던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다시 ‘소환’했다.
임 실장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얗게 쌓인 눈을 보면서 엉뚱하게 만주와 대륙을 떠올렸다”며 운을 뗐다. 남북철도 연결 공동조사사업이 유엔의 제재 면제를 인정받은 것을 환영하는 글이었다.
그는 “남북의 합의와 인내, 그리고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이룬 소중한 결실”이라면서 “평양선언에 담긴 착공식도 연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우리가 연결하게 될 철도와 도로는 남북을 잇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요녕, 길림, 흑룡강의 동북 3성은 지금 중국 땅이지만, 장차 한반도와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적었다.
임 실장은 “비핵화와 함께 속도를 낸다면, 당장 2022년에 경의선을 타고 신의주까지 가서 단둥에서 갈아타고 북경으로 동계올림픽 응원을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상력을 활짝 열어야 한다. 과거의 틀에 우리의 미래를 가두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임 실장 글에는 탁 행정관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야당들이 임 실장의 ‘첫눈’ 발언을 끄집어내 탁 행정관이 거취 문제를 거론했다. 탁 행정관은 지난 6월 28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며 사퇴를 시사했었다. 이에 임 실장은 “가을에 남북정상회담 등 중요한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 만이라도 일해 달라.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고 만류했다고 며칠 뒤 브리핑에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24일 첫눈이 내리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첫눈이 내리면 놓아준다던 청와대 쇼 기획자를 어떻게 처리할지 한번 지켜보자”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이제 쇼는 그만하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돌보고 북한의 위장평화에 놀아나지 말라”며 비꼬기도 했다.
배현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오늘을 기다렸다. 부디 이 정권이 한 공연기획자의 손에 연명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달라”는 글을 올렸다. 또 “탁 행정관을 향한 임 비서실장의 끈적대는 미련을 더 보고 싶지는 않다. 질척거린다”고 말했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첫눈이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기억은 국민을 배반했지만 이제 그만 그를 놓아주자”는 논평을 냈다.
바른미래당은 이종철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비핵화는 느리고 임 실장의 상상의 나래는 너무 빠르다”며 임 실장의 페이스북 글 내용을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남북협력이 부디 탄력을 받기를 바란다”면서도 “이제 겨우 첫 단추를 꿰고 다 이룬 것처럼, 곧 다 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상상력이라기보다는 환상에 가까우며 지나친 호들갑”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이 소설일 리 만무하다. 상상은 픽션이고 남북관계는 논픽션”이라며 “도리어 될 것도 안 될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