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사진 도용, 한 달 지났지만…” 사진작가 글에 나영석 반응

입력 2018-11-25 16:15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잡학사전 3'

프리랜서 사진작가의 사진을 도용해 물의를 빚은 tvN 예능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잡학사전 3(이하 알쓸신잡)’ 측이 약속했던 사과와 저작권 협의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프로그램은 나영석 PD가 연출을 맡았다.

사진 도용 피해를 입은 전영광씨는 지난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선의로 좋게 해결하려 했던 제가 바보 같았다”고 밝혔다. 전씨에 따르면 알쓸신잡 측은 사진 도용 논란 이후 약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문자메시지가 몇 번 오간 게 전부라고 한다.

전씨는 “먼저 제작진에게 사진이 도용된 경위를 알려달라고 했다”고 글에 적었다. 글에 따르면 제작진은 “편집 PD가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을 하다가 (전씨의) 사진을 발견했다. 저작권이 없는 사진으로 착각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사진의 워터마크를 미처 보지 못했고, 워터마크가 잘려나간 것 또한 고의가 아니라 디자인 작업을 위해서였다고도 했다.

그러나 전씨는 “이미지 검색을 해도 사진 5장을 가져가려면 제 블로그에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문제 발생 경위라도 솔직히 말해줘야 제가 이해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후 한참 동안 연락이 없었다”면서 “제가 먼저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말해 달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답장은 제가 생각하고 있는 사진사용 비용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비용 논의 보다 방송을 통해 자신과 시청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을 전달했다고 한다. 제작진이 방송 마지막회에 저작권 침해 부분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다짐을 넣겠다고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는 전씨 메시지에 열흘이 넘도록 답이 없었다고 했다.

전씨는 결국 다시 메시지를 보냈고 제작진은 “정신이 없어서 회신을 깜빡했다”고 답장했다. 전씨는 “이 메시지를 받은 날로부터 일주일이 더 지났지만 제작진이나 나영석 PD로부터 연락은 없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처음 그날부터 오로지 이 일을 대화로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었다. 저작권법을 몰라서도 아니고 변호사를 선임할 줄 몰라서도 아니다”라며 “누군가가 너무 큰 상처를 입지 않기 바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글을 적게 돼 무척 안타깝다. 다른 분들은 겪지 않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 PD는 24일 알쓸신잡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전씨의 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과의 표현이 작가님에게 미흡하게 느껴졌다면 그것 또한 저희의 부족함”이라며 “앞으로 작가님과 소통을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답장이 늦어졌던 것에 대해서는 “작가님이 ‘구체적인 부분을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주셨다. 이미 사과 방송과 보상의 의지를 밝힌 저로서는 그 외 어떤 부분을 원하시는지 파악이 어려워 답장이 늦어졌다. 이 부분도 다시 사과를 드린다”고 해명했다.

또 “작가님은 저희 잘못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말씀해 주셨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쓸신잡의 사진 도용 논란은 전씨가 지난달 1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혹을 제기하며 불거졌다. 전씨는 자신이 찍은 프랑스 파리의 공동묘지 ‘페르 라세즈’ 사진이 알쓸신잡 자료화면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제작진은 “원작자에게 사과하기 위해 연락하고 있으며 저작권 협의도 진행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냈다. 나 PD도 “제가 책임지고 작가님께 적절한 사과와 보상 방법을 논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