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두렵지만…” 인도 원주민에 피살 청년 선교사의 감동 고백

입력 2018-11-25 13:49
“주님, 전 죽고 싶지 않아요. 두렵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말씀을 전하기 위해 그들에게 가야만 합니다.”

존 앨런 차우 인스타그램 캡처

오랜 시간 문명을 거부해온 인도의 원시 부족민에게 복음을 전하려다 숨진 미국 청년 선교사의 마지막 고백이 기독교인들을 울리고 있다. 죽음을 직감하고 두려움에 떨면서도 그는 원시 부족민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미국 캔자스시티에 본부를 둔 기독교 선교사 교육‧파견 단체인 올네이션스는 22일(현지시간) 워싱턴 주 밴쿠버 출신 선교사 존 앨런 차우(John Allen Chau‧27)가 지난 16일 인도 북 센티넬 섬(North Sentinel Island)에서 선교 사역 도중 숨졌다고 밝혔다.

존 앨런 차우 인스타그램 캡처

인도 벵갈만의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에 속한 섬에는 센티넬 족이 인류 문명을 거부하고 살고 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들은 아프리카에서 6만 년 전 건너온 직계 후손으로 현재 40~500명 정도가 부족 생활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외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린다. 2004년 지진 해일이 발생하자 인도군이 헬리콥터를 보내 피해 규모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센티넬 족이 헬리콥터를 향해 활을 쏘고 돌을 던지며 강하게 저항하기도 했다. 인도 정부는 2005년 섬 반경 3마일 이내 접근 금지를 선포했다.

차우는 현지 낚시꾼 다섯 명을 고용해 섬 근처로 간 뒤 카누를 타고 섬으로 다가갔다. 부족민들은 화살을 쏘며 공격했다. 낚시꾼들은 차우가 화살에 맞고도 부족민들에게 다가갔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부족민들은 시신을 밧줄로 끌어내 모래에 파묻었다.

NBC 뉴스 화면 캡처

차우는 2015년부터 수차례 북 센티넬 섬 상륙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원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성공하지 못했다. 숨지기 전날에는 섬에 상륙한 뒤 “제 이름은 존입니다. 전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하나님도 당신들을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이 때 원주민 소년의 화살이 차우가 들고 있던 성경을 관통하자 그는 일단 섬에서 빠져나왔다.

자칫 죽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복음 전파의 사명을 충실히 따르기로 결심했다. 사고 당일 낚시꾼들에게 자신을 다시 조용히 섬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차우의 솔직한 심경이 담긴 고백을 그의 어머니에게서 받아 공개했다.

존 앨런 차우 인스타그램 캡처

‘전 두려워요. 석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말 아름다워요. 제가 바라보는 이 석양이 끝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당신들은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시겠죠. 하나님, 전 죽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전 제가 그곳에서 주님을 선포하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존 앨런 차우 인스타그램 캡처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죽음이 있을까요. 이 일기가 마지막이 아니길 희망합니다. 만약 마지막이라면 그건 주님의 영광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님,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건 주님의 은혜입니다. 주님, 누군가 섬에서 절 죽이려 한다면 그들을 용서하소서. 설령 그들이 절 죽이더라도 그들을 용서하소서.’

존 앨런 차우 인스타그램 캡처

차우의 가족들은 “사랑스런 아들이며 형제, 삼촌이었던 차우는 하나님의 자녀로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숨을 거뒀다”면서 “일부 애꿎은 여행을 가 사고를 자초했다는 비난이 있지만 그는 주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그곳에 갔다. 그들의 비난도 용서한다”고 덧붙였다. 차우의 어머니는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이메일에서 “제 기도 속에서 제 아들은 아직 살아있다고 믿는다”고 전하기도 했다.

올네이션스측은 시신 수습 등을 위해 미국과 현지 정부간 협력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