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8일이다. FA 자격을 갖춘 22명 중 18명이 협상에 나선 첫날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문규현(35)이 곧바로 FA계약을 체결했다. 1호였다. 조건은 ‘2+1년’ 총액 10억원이었다.
올해는 21일부터 FA 협상이 가능해졌다. 22명 중 15명이 협상장에 나섰다. 5일이 지났지만, 아직 FA계약 체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SK 와이번스 이재원(30), 최정(31), 두산 베어스 양의지(31) 등 FA 빅3를 제외하곤 대박 FA 협상이 어려운 게 냉정한 현실이다. 또 300%의 보상금까지 주면서 FA 선수를 데려가려는 구단도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기에 상당수 FA 선수들이 내부 계약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 이글스는 가장 많은 3명과 FA계약을 맺어야 해 가장 머리가 아픈 구단이다. 과도한 금액을 주면서까지 잡으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우선 외야수 이용규(33)와는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지난해 FA자격까지 포기하면서 재기를 노린 그다. 그리고 올해 0.293까지 타율을 올렸다. 134게임도 소화했다. 제라드 호잉(29)을 제외하곤 출중한 외야 자원이 없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비교 대상이 있다. 5년 전 함께 한화로 왔던 정근우(36)다. 지난해 ‘2+1년’ 35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5년전 이용규 67억원, 정근우 70억원을 받은 바 있다. 정근우는 올해 0.304를 쳤다. 이용규는 항상 내구성이 문제가 되어 왔다. 올해 연봉은 4억원이어서, 연봉의 300%인 12억원을 주고 그를 영입할 구단은 많지 않아 보인다.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4년 계약을 다 채우지 못하고 30억원 안팎의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송광민(35)과는 장기 협상 가능성이 있다. 올해 434타수 129안타, 타율 0.297를 기록했다. 18홈런, 79타점, 63득점을 올렸다. 장타율 0.477, 출루율 0.328을 기록했다. 한방을 갖춘 3루수로 평가할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나이가 30대 후반대로 접어들었다. 실책도 12개나 됐다. 특히 젊은 선수 위주로 리빌딩을 꿈꾸는 한화 구단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3루수 자원을 구하는 구단들이 몇몇 있지만 35세의 3루수를 영입할지는 의문이다.
2002년 2차 10라운드 76순위로 입단한 뒤 한화에서만 뛰었다. 출중한 실력을 보였다기 보다는 어려울때 한화를 지킨 한화맨이다. 그 또한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을 것이다.
올해 연봉은 2억4000만원이다.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구단과 본인 모두 장기 및 대형 계약에 나서기 보다는 옵션을 붙여 3년 이내 10~20억원대 타협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진행(33)은 올해 정말 부진했다. 136타수, 29안타, 타율 0.213을 기록했다. 홈런은 7개에 불과했다. 57게임밖에 뛰지 못했다. 2010년 32홈런까지 때려냈던 그다. 금지약물 복용 전력까지 있다. 타 구단 이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4년 계약을 맺기도 쉽지 않다. 10억원 이내 소형 계약이 가능할 전망이다.
종합해보면 한화 FA 3인방은 내부 계약쪽에 무게가 가 있다. 나이나 실력 등을 고려할 때 4년 대형 계약은 쉽지 않다. 선수들은 금액 보다는 계약 기간을 늘리는 쪽에 주력할 전망인 반면 구단 측은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아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