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입니다” 보이스피싱에 4억5000 송금한 윤장현 前 광주시장

입력 2018-11-23 17:56
뉴시스

윤장현(69) 전 광주광역시장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미망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4억5000만원을 뜯겼다.

광주지검은 전·현직 대통령 영부인을 사칭해 금품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구속된 40대 여성 A씨를 조사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A씨는 영부인을 사칭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쯤 윤 전 시장에게 ‘권양숙입니다. 잘 지내시는지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후 ‘딸 문제로 곤란한 일이 생겨 그러니 5억원을 빌려달라. 곧 갚겠다’고 말했다. 윤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부터 1월까지 4차례에 걸쳐 돈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입금한 계좌는 A씨 딸 명의로 개설된 통장이었다.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A씨는 윤 전 시장 외에도 이 지역 유력인사 4명에게도 비슷한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일부는 사실 여부를 확인코자 문자메시지 발송 번호로 전화를 건 것으로 확인됐다. 그때마다 A씨는 권양숙 여사와 비슷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치밀하게 대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시장을 제외한 이들은 다행히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은 A씨가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여러 유명인사 중 한 명이 사기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A씨는 자신을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라고 속이며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가 예전 민주당 선거운동을 도와주며 일부 자치단체장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대체 어떤 문화가 그들 사이에 있기에 이런 황당한 사건이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건 언뜻 보면 그냥 보이스피싱에 낚인 어설픈 광주시장 같지만 대통령의 전 부인을 사칭하기만 하면 4억5000만원 정도를 입금할 수 있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윤 전 시장은 이런 연락이 와도 권양숙 여사 또는 그쪽 측근에게 물어보지 못했다”라며 “확인도 안했는데 요청받았으니 4억5000만원은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적으며 의문을 표했다.

윤 전 시장은 광주시장으로 재직했던 지난 3월 자신의 재산을 총 6억9480만원이라고 신고했다. 이번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재산 절반이 넘는 금액을 사기당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