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축구 대표팀 감독은 취임 후 6번의 평가전을 통해 총 36명의 선수를 테스트했다. 해외파와 K리그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선수들이 기용됐고, 모두 제 몫을 해주며 벤투호는 3승 3무를 거뒀다. 주력 선수들이 빠진 호주 원정에서도 무패 행진을 이어나가는 데 성공했다. 대표팀의 선수층이 두꺼워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벤투 감독에게 남은 숙제는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 구성이다.
벤투 감독이 내년 1월 열리는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 출전할 선수 명단을 결정하기 위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대회가 열리는 UAE로는 총 23명을 데려갈 수 있다. 각 포지션 별로 가지각색의 장점과 특징을 지닌 선수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어 쉽게 결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은 중원이다. 특히 에이스 손흥민을 비롯해 이재성, 이청용, 황희찬, 이승우 등이 뛰는 공격 2선 라인은 자원이 풍부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 등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여럿 포진해있다. 반년 만에 대표팀에 돌아온 ‘블루 드래곤’ 이청용은 호주 원정에서 여전한 기술력을 뽐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재성과 황희찬은 부상 여파로 이번 달 소집되지 않았지만, 벤투 감독의 꾸준한 신임을 받고 있다. 이승우는 지난달 우루과이-파나마전에서 출전하지 못한 데 이어 호주 원정에서도 제외되며 경쟁에서 밀리는 모양새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도 경합이 이뤄지고 있다. 베테랑 콤비인 기성용과 정우영이 휴식과 부상 등으로 쉬는 사이, 호주-우즈베키스탄전에서 황인범과 주세종이 짝을 이뤄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주로 공격적으로 활용됐던 황인범이 수비형 미드필더로서도 빼어난 활약을 보이며 눈도장을 찍었다. 황인범은 21일 귀국길 인터뷰에서 “내가 기성용·정우영 등 형들을 대체하긴 어렵다”면서도 “남들보다 한 발 더 뛰려고 애썼다. 명단에 든다면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중앙 수비의 경우 김영권과 김민재가 유력한 가운데 정승현, 박지수, 권경원 등이 테스트를 받고 있다. 골키퍼 자리도 주전이 확정되지 않았다. 김승규와 조현우가 번갈아 장갑을 끼고 있지만 김진현과 송범근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었다.
두꺼운 스쿼드는 아시안컵 같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핵심 요소다. 짧은 기간 여러 경기를 치르다 보면 컨디션 난조나 부상으로 예상치 못한 전력 이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대회를 준비할 때는 선수단의 폭을 넓혀 1·2군 간 차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벤투 감독이 이를 잘 수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아시안컵을 대비한 선수단은 12월 둘째 주쯤 국내에서 소집된다. 벤투 감독은 남은 기간 열리는 K리그 경기와 FA컵 결승전을 챙겨보며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할 계획이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