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특성화고에서 수년간 교사들의 성희롱과 폭언이 있었다는 폭로가 나와 관할 교육청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는 한 네티즌이 ‘울산 애니원고 고발합니다’라는 계정을 통해 “학교가 교내 성희롱 사건들을 쉬쉬하며 사과 한마디 없이 넘겨버렸다”며 “이번에야말로 학교의 진실된 사과와 변화를 요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2017년 남자 기숙사 사감이 여학생 기숙사 방을 검사하는데 속옷통을 뒤진다”며 “여학생 침대 위에 앉아 빨래통을 바닥에 엎고, 옷장을 열게 시킨 뒤 구경하면서 ‘이건 니네가 연 거다. 나는 잘못 없다. 군말 말아라’고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속옷통 뒤지기’가 SNS에서 문제가 되자, 교장선생님이 남자선생님의 여학생 기숙사 검사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일주일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6년에는 학교 측이 교칙 상 소지가 불가능한 휴대전화를 검사하겠다며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여학생들에게 수치심을 유발하기도 했다. 한 졸업생은 SNS 글에서 “수업 중에 선생님이 ‘손 머리 위로 올리고 나오라’고 하더니 다짜고짜 금속탐지기로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훑었다”며 “브래지어 후크에서 소리가 났는데 그걸 남학생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수치심과 공포심에 많은 동기들이 울음을 터뜨렸다”고 썼다.
다른 졸업생은 SNS를 통해 “2학년 수업 때 반 아이들이 졸았고, 저와 제 친구는 깨어있었는데 A선생님이 갑자기 ‘싸가지 없는 X들 복도로 나와’ 고함을 질렀다”며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며 계속 폭언과 욕설을 했고, 학생들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한 채 삿대질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지나가던 여자 교감선생님이 ‘예쁜 아이들에게 무슨 말이냐’고 하자 A선생님은 ‘이것들이 예쁘다고요?’라며 비웃었다”고 썼다.
학생들은 지난 7월 같은 학교 남학생이 여학생을 성희롱하고 몰카 촬영을 한 사건에서도 교사들과 학교 측의 ‘2차 가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학교폭력위원회 진행 상황을 알기 위해 피해학생들이 교무실에 찾아갔는데 전 교장이 ‘여학생 여럿이서 남학생 하나를 몰아가냐’ ‘너희가 포용하고 그래야지’ 등의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스쿨 미투’가 시작된 21일 학내 복도에 이런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붙였다. 하지만 붙인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학교 측에서 대자보를 철거한 뒤 돌려주지 않았다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울산시교육청도 사태 파악에 나섰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기숙사 남자 사감은 현재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라며 “피해 학생들과 면담을 통해 진상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