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3일 새벽(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의 알리안츠 스타디움. 나폴리와 유벤투스의 경기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경기내용보단 다른 데 더 관심이 쏠렸다. 선수들의 한쪽 뺨에 붉게 그려진 페이스 페인팅이었다. 선수들은 데이트 폭력과 성폭력 등 여성을 향한 모든 종류의 폭력에 레드카드(퇴장)를 준다는 뜻으로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뛰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는 국제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24일부터 27일까지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붉은색 페이스 페인팅을 할 것을 요청했다. 이탈리아 인권 단체 위월드와의 협약에 따른 것이다.
세리에A는 앞서 4월에도 한 차례 이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국제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을 기념하는 티셔츠를 입은 여성들과 한쪽 뺨에 붉은색 페이스 페인팅을 한 선수단이 함께 그라운드에 입장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일부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자신의 SNS에 여성을 향한 폭력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리는 등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32)는 아내와 함께 한쪽 뺨을 붉게 칠한 사진을 올리면서 #unrossoallaviolenza (a red card against violence)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런 가운데, 성폭행 혐의를 받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도 이 캠페인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호날두는 2009년 6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한 호텔에서 모델 캐서린 마요르가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마요르가는 고소장을 통해 “호날두가 당시 성행위를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나를 침실로 끌고 갔다”며 “내가 ‘안 된다(no, no, no)’고 소리쳤는데도 호날두가 성폭행을 멈추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마요르가는 또 9일 호날두 측으로부터 침묵의 대가로 받았다는 합의금 37만5000달러(약 4억1700만원)가 명시된 문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