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신성’ 알렉산더 즈베레프(21)는 차세대 테니스 황제의 자리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박 조코비치, 라파엘 나달, 로저 페더러에 이어 세계랭킹 4위에 자리한 그는 지난 19일 남자프로테니스(ATP) 파이널스 우승컵을 차지하며 왕중왕에 올랐다. 십수 년 간 세계 테니스 무대를 지배해온 빅3의 왕관을 물려받는 대관식과 같은 자리였다.
2013년 프로로 데뷔한 즈베레프는 지난해 11월 랭킹 3위로 커리어 하이를 경신, 이후 최정상권에 머물렀다. 올 시즌에만 파이널스를 비롯해 4개의 타이틀을 거머쥐며 58승 19패를 기록했다. 데뷔 이후로 따지면 ATP 투어 우승만 10번째다. 정현이나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카렌 카차노프 등 또래 선수들은 우승 경험이 없거나 많아야 서너 번에 불과하다. 그만큼 즈베레프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빅3도 그랬다. 페더러와 나달, 조코비치는 만 스물하나 217일의 나이에 즈베레프처럼 독보적 실력을 자랑했다. 지금까지 99개의 ATP 우승컵을 수집한 페더러는 2003년 3월 당시 6번 우승한 신인이었다. 세계랭킹은 4위로 이름을 떨치던 페더러는 그해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윔블던에서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달성했고, 파이널스에서는 1위 앤디 로딕을 격파하며 왕중왕이 됐다. 다음해인 2004년 2월, 세계 1위에 처음 오르며 테니스계에서 군림하기 시작했다.
데뷔 직후부터 믿을 수 없는 플레이를 선보였던 나달은 빅3 중에서도 동 나이대 가장 화려한 기록을 갖고 있다. 19살이었던 2005년에만 ATP 투어에서 11번 우승한 나달은 21살 땐 23개의 트로피를 보유했다. 총 254승 66패로 80%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 2005년 7월부터 페더러의 뒤를 이어 랭킹 2위에 머물러 있었다.
조코비치는 파이널스 우승을 비롯해 11개의 ATP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 당시 랭킹은 3위. 나이에 비해 낮지 않은 순위였지만 데뷔 초반에는 라이벌인 페더러와 나달 등에 밀렸다. 24살인 2011년이 돼서야 처음 정상에 올랐다.
여태 즈베레프가 거둔 성과는 결코 빅3에 밀리지 않는다. 즈베레프는 파이널스 우승 후 “나는 아직 어리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내년에는 더 테니스를 잘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즈베레프가 젊은 패기를 바탕으로 빅3를 넘어서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