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정치 복귀를 두고 한국당 내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친박근혜계(친박계)를 중심으로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다며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부·여당을 향한 홍 전 대표의 ‘송곳 발언’이 보수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홍 전 대표의 활동 재개에 대한 반감이 누그러진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2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홍준표 대표가 그동안 많이 쉬었다”며 “홍 전 대표가 정치를 한다면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나 수준 높은 정치 각오를 가지고 나서지 않았겠나. 그런 관점에서 당을 위해서 해주실 역할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홍 전 대표의 복귀가 한국당의 쇄신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그런 목소리를)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좋은 자원들이 한국당과 함께하겠다고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가지는 것을 일일이 다 막을 수 없다. 그런 문제(홍 전 대표의 복귀)를 우리 당내에서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지방선거 패배 후 당대표직에서 물러나 미국에 간 홍 전 대표를 ‘자연인’으로 지칭하거나, 홍 전 대표의 페이스북 정치 활동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비판적 목소리를 낸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실제로 홍 전 대표의 정계 복귀 선언에 대한 뚜렷한 반발 징후는 친박계 의원들에 국한된 상황이다.
당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홍 전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여당을 비판하며 장외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당으로서도 손해 볼 게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유권자들에 대한 홍 전 대표의 영향력이 여전한 가운데 홍 전 대표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정치 보폭을 확대하는 것이 대정부 투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 체제 당시 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홍문표 의원도 “홍준표 대표가 정치권에 진입해서 직설적 이야기를 하게 되면 집권당으로선 아플 것”이라며 홍 전 대표의 복귀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오는 2월 말쯤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부러 홍 전 대표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비박계 재선 의원은 “홍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 설왕설래 말이 많다”며 “안 건드리면 자연스럽게 안 나올 사람인데 괜히 자극하면 출마 결심을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반면 홍 전 대표에게 ‘바퀴벌레’라는 악담들 들었던 친박계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주변에서 정치하지 말라고 말리면, 또 ‘기차는 간다’ 운운하며 듣지도 않을 사람이다. 본인이 여당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것이 전혀 아무 효과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번 결정이 옳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며 “상황이 크게 바뀐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말 우리가 정말 필요한 인물이라고 아쉬워하는 그런 분위기도 아닌데 불과 몇 달 전에 모든 책임을 지고 떠난다고 했던 분이 자꾸 손들고 나오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편 홍 전 대표는 자신이 페이스북에 쓴 글들을 엮어 만든 책인 ‘꿈꾸는 옵티미스트’ 를 오는 30일에 출간하며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